매일 점안하는 안약 속 방부제 벤잘코늄이 각막 상피세포를 서서히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장기 사용 시 안구건조 악화는 물론 각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만성 안질환자라면 무방부제 제형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벤잘코늄 클로라이드 – 70%의 안약에 들어 있는 방부제
벤잘코늄 클로라이드(Benzalkonium chloride, 이하 BAK)는 4급 암모늄 화합물 계열 방부제로, 전 세계 다회용 점안제의 70% 이상에 사용된다. 세균과 곰팡이 번식을 억제해 개봉 후 약병의 오염을 막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BAK의 농도는 보통 0.004~0.02%로 낮다. 그러나 매일 수차례 점안하면 각막에 누적되는 양이 상당하다. 이 성분이 단순 방부제를 넘어 안구 독성의 주범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작용 메커니즘은 세제와 비슷하다. BAK은 세포막의 지질 이중층을 용해시키고, 각막 상피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교란하며, 세포 자멸사(apoptosis)를 촉진한다. 농도 0.01% 이상에서는 세포막에 직접 구멍을 뚫어 세포 내용물이 유출되는 세포독성 효과가 확인됐다.
장기 점안 시 각막에서 벌어지는 변화
프랑스 보르도 대학병원 안과 Christophe Baudouin 교수 팀은 BAK의 각막 독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 시리즈로 국제 안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장기 녹내장 치료제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BAK 함유 점안제를 5년 이상 사용한 환자군에서 결막 배상세포 밀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안구 표면 염증 마커 수치가 높아져 있음을 확인했다.
배상세포는 눈물의 점액층을 만드는 세포다. 이 세포가 줄어들면 눈물막이 불안정해지고, 안구 건조가 심해지며, 각막 표면이 외부 자극에 취약해진다. BAK이 일으키는 악순환 구조다.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BAK 관련 부작용 패턴이 있다 – 점상 각막염, 만성 충혈, 건조감 악화, 필라멘트성 각막염. 특히 녹내장 환자는 복수의 점안제를 동시에 써야 해 BAK 누적 노출량이 더욱 높다. 유럽 녹내장학회(EGS)는 공식 가이드라인에서 “가능하면 BAK 함량이 낮거나 없는 제형을 선택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2023년 Ophthalmology Glaucoma에 실린 다기관 연구(참여 환자 312명, 추적관찰 3년)에서도 무방부제 녹내장 점안제로 전환한 그룹이 BAK 함유 군 대비 각막 상피 세포 밀도 감소가 유의하게 낮았다.
어떤 안약에 벤잘코늄이 들어 있나
방부제 성분은 의약품 설명서의 ‘첨가제’ 또는 ‘보존제’ 항목에 기재된다. 아래 계열 안약에 BAK이 흔히 포함된다.
- 녹내장 점안제 – 베타차단제(티몰롤), 알파효능제(브리모니딘),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라타노프로스트)
- 알레르기 점안제 – 항히스타민제, 비만세포안정제 복합 제제
- 항균·항염 점안제 – 항생제, 스테로이드 복합 제제
- 다회용 인공눈물 일부 – 플라스틱 병 형태 제품
- 산동제·조절마비제 – 일부 진단용 점안제
무방부제(preservative-free) 제품은 단위용량 앰풀(unit-dose)이나 특수 포장 시스템(Novelia, ABAK 필터 밸브 등)을 사용한다. 이런 제품 포장에는 ‘방부제 무첨가’, ‘preservative-free’, ‘PF’라고 표기된다.
| 구분 | 방부제 함유 (BAK) | 무방부제 제형 |
|---|---|---|
| 용기 형태 | 다회용 플라스틱 병 | 단위용량 앰풀, 특수 밸브 병 |
| 개봉 후 사용 | 4주 이내 | 앰풀 – 1회 사용 후 폐기 |
| 가격 | 상대적으로 저렴 | 상대적으로 고가 |
| 장기 사용 안전성 | 누적 각막 독성 우려 | 각막 자극 최소화 |
| 적합 대상 | 단기·간헐적 사용자 | 만성질환 장기 사용자 |
무방부제 안약 전환 – 고려할 사항과 주의점
무방부제 제형이 모든 상황에서 정답은 아니다. 앰풀 방식은 1회 사용 후 남은 용액을 버려야 해 경제적 부담이 크다. 개봉·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오염 위험이 생기기도 한다. 의사와 상담 없이 기존 치료제를 임의로 바꾸는 것도 위험하다.
▲ 녹내장처럼 안압 조절이 치료 핵심인 경우, 무방부제 제형이 없거나 약효 특성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어 안과 전문의 판단이 필수다. 반면 인공눈물처럼 보조 목적의 점안제는 무방부제 앰풀로 교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BAK은 소프트렌즈 소재에 흡착된 뒤 각막에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특성이 있다. BAK 함유 안약을 점안한 후 최소 15분은 렌즈 착용을 삼가야 한다. 만성 건조안 환자나 렌즈 착용자는 BAK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져 있다.
▲ 2022년 대한안과학회지에 따르면 국내 안과 전문의 상당수가 하루 4회 이상 장기 점안이 필요한 환자에게 무방부제 제형을 우선 권고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미 충혈이나 이물감이 만성화됐다면, 현재 쓰는 안약에 BAK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는 게 첫 번째 단계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벤잘코늄이 든 인공눈물을 하루 여러 번 써도 괜찮나
단기·간헐적 사용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하루 4~6회 이상을 수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각막 표면 자극이 누적될 수 있다. 만성 건조안 환자라면 무방부제 인공눈물 앰풀로 교체하는 쪽이 안전하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충혈이 줄지 않는다면 안과에서 제형 상담을 받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안약 성분표에서 방부제를 확인하는 방법은
약 포장 설명서의 ‘첨가제’ 또는 ‘보존제’ 항목을 보면 된다. ‘Benzalkonium chloride’, ‘염화벤잘코늄’, ‘BAK’, ‘BAC’로 표기된다. 약학정보원(www.health.kr)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nedrug.mfds.go.kr)에서 제품명을 검색하면 성분 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각막 이상 증상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충혈이 지속되거나 눈부심·이물감이 심해지거나 시력이 흐려지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안과에서 세극등 검사를 받아야 한다. BAK 관련 각막 손상은 원인 점안제 중단과 무방부제 대체제 전환으로 상당 부분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방치하면 만성 각막 상피 결손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대처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