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MS, Multiple Sclerosis)은 이름 자체가 낯선 사람이 많지만, 젊은 성인에게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 중 비교적 드물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발병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증상 패턴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초기 증상이 다양하고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쉬운 이 질환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살펴본다.
다발성경화증이란 무엇인가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 시신경을 포함하는 중추신경계(CNS)에서 면역 세포가 자신의 신경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신경 세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초(髓鞘, myelin)가 파괴되면서 신경 신호 전달이 방해를 받는다. 수초는 전선을 감싸는 절연체처럼 신경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절연체가 군데군데 손상되면 신호가 느려지거나 끊기거나 혼선이 생긴다.
‘다발성(multiple)’은 신경계 여러 곳에 병변이 생긴다는 뜻이고, ‘경화증(sclerosis)’은 손상 부위에 흉터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병변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마다 증상 조합이 다양하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약 85%는 ‘재발완화형(relapsing-remitting MS)’으로 시작한다.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재발, relapse) 어느 정도 회복되는(완화, remission) 패턴이 반복된다. 완화 기간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보여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시신경염(optic neuritis)은 한쪽 눈의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시야 중심부가 뿌옇게 보이거나, 색이 바래 보이는 증상이다. 눈을 움직일 때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원인 불명의 시신경염이 발생하면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각 이상은 팔다리의 저림, 무감각, 전기가 오는 듯한 이상 감각으로 나타난다. 고개를 앞으로 숙일 때 척수를 따라 전기가 내려오는 느낌(Lhermitte’s sign)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 기능 저하는 다리가 무겁고 잘 걸리거나, 팔다리 근력이 갑자기 약해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균형 감각 저하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있다.
피로감은 다발성경화증에서 매우 흔한 증상이다. 일반적인 피로와 달리 충분히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극심한 피로가 특징이다. 또한 방광·직장 기능 이상(소변을 참기 어렵거나 잦은 빈뇨)이나 인지 기능 저하(집중력 문제, 기억력 감퇴)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의 발병률과 최근 추이
다발성경화증은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북유럽, 북미에서 발병률이 높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낮다고 해서 드물지는 않다.
국내 병원 기반 역학 조사(대한신경과학회지 게재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다발성경화증 유병률(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은 약 3.33명으로 추산됐으며, 같은 해 약 1,726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연간 신규 진단 환자 수는 2010~2016년 기간 기준 224~346명 수준이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젊은 환자에서 초기 뇌 염증 병변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 환자에서 발병 당시 뇌 염증 병변 수가 10년마다 약 27% 증가했으며, 과거에 비해 초기부터 더 심한 양상이거나 잦은 재발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배경으로는 비타민 D 결핍(실내 생활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율 상승, 야간 근무 증가 등 생활 환경 변화가 거론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쳐 자가면역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다발성경화증은 단일 검사로 진단하기 어렵다.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 평가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진단의 핵심이다. MRI에서 뇌와 척수에 수초 탈락으로 생긴 병변(흰 반점처럼 보임)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면 진단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2017년 맥도날드 기준(McDonald criteria)이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진단 기준이다. 공간적 파급(여러 부위의 병변)과 시간적 파급(다른 시점에 병변이 발생했다는 근거)이 확인되어야 한다. 뇌척수액 검사(oligoclonal band 확인)나 유발 전위 검사도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경과를 방문하지 않으면 진단이 수년 이상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경 이상, 척수 증상, 뇌간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다발성경화증은 완치가 되나요?
현재까지 완치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질환 조절 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DMT)로 재발 횟수를 줄이고 장애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장기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Q2) 다발성경화증은 주로 어떤 나이에 발생하나요?
주로 20~40대 젊은 성인에게 많이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약 2~3배 많다. 소아나 50대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드물다.
Q3) 팔다리 저림이 있는데 다발성경화증을 의심해야 하나요?
팔다리 저림은 다발성경화증 외에도 말초신경병증, 경추디스크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순 저림만으로 다발성경화증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저림이 갑자기 시작되고 눈 증상, 균형 이상, 극심한 피로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Q4) 다발성경화증은 유전되나요?
완전히 유전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높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한 명이 다발성경화증이면 나머지 한 명의 발생 위험이 약 25~30%로, 유전적 소인과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정보는 일반적 건강 정보로, 개인의 증상·복용 약물·기저질환에 따라 적용이 다릅니다. 의료 행위 결정 전 의사·약사와 상담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