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저녁형보다 건강하다는 통념이 있다. 43만 명을 추적한 UK Biobank 연구부터 37년 장기 핀란드 연구까지, 크로노타입과 건강의 실제 관계를 최신 연구로 팩트체크한다. 진짜 문제는 ‘올빼미형’ 자체가 아니었다.
아침형 인간이 건강하다는 믿음의 시작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오래된 격언은 어느새 건강 영역으로 확장됐다. 아침형 인간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믿음 말이다. 2018년, 이 믿음에 과학적 근거를 부여한 것처럼 보이는 대규모 연구가 발표됐다.
노스웨스턴대학교 Kristen Knutson 교수와 서리대학교 Malcolm von Schantz 교수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분석했다. 43만 3천 명을 평균 6.5년간 추적한 결과, ‘확실한 저녁형’은 ‘확실한 아침형’에 비해 사망 위험이 10% 높았다. 이 연구는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 심리장애 발생률 94% 증가 ▲ 당뇨병 위험 30% 증가 ▲ 신경계 질환 25% 증가 ▲ 호흡기 질환 22% 증가
숫자만 보면 올빼미형에게 꽤 암울한 소식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중요한 단서가 숨어 있었다.
크로노타입과 사망률 연구의 진짜 결론
2023년, 핀란드에서 훨씬 긴 추적 기간을 가진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헬싱키대학교 Jaakko Kaprio 교수와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원 Christer Hublin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핀란드 쌍둥이 코호트 2만 3,854명을 무려 37년간 추적했다. 1981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이 연구에서 총 8,728명이 사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에는 UK Biobank와 비슷했다. 저녁형 그룹의 사망 위험이 9% 높았다. 그런데 흡연과 음주를 보정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 분석 조건 | 저녁형 사망위험 증가 |
|---|---|
| 기본 분석 | 9% 증가 |
| 흡연/음주 보정 후 | 통계적 유의성 사라짐 |
| 비흡연 + 가벼운 음주자만 | 사망위험 증가 없음 |
Chronobiology International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의 결론은 명확했다. “크로노타입 자체가 사망률에 미치는 독립적인 기여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결국 올빼미형의 건강 문제는 늦게 자는 생체리듬 자체가 아니라, 저녁형 사람들에게 더 흔한 흡연과 음주 습관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진짜 범인은 사회적 시차였다
그렇다면 왜 저녁형 사람들은 더 많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걸까?
여기서 ‘사회적 시차’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독일 뮌헨대학교 Till Roenneberg 교수팀이 2006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평일 수면시간과 주말 수면시간의 차이를 말한다.
대부분의 직장과 학교는 아침 일찍 시작한다. 저녁형 사람은 자신의 생체리듬과 상관없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주중에 쌓인 수면 부채를 주말에 몰아서 갚게 된다. 이 간극이 클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 결과다.
2021년 Nutrients 저널에 게재된 종합 리뷰에 따르면, 인구의 70% 이상이 매주 최소 1시간의 사회적 시차를 경험한다. 저녁형일수록 이 수치가 커진다.
사회적 시차가 1시간 증가할 때마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30%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건 저녁형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아침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구조와의 불일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크로노타입은 바꿀 수 있을까
크로노타입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반반씩 영향을 미친다.
미국, 영국, 스칸디나비아, 브라질에서 진행된 쌍둥이 연구들에 따르면 유전율은 약 50%다. 2019년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69만 7,828명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크로노타입과 연관된 유전자 좌위를 351개나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50%는 뭘까? 바로 환경과 생활습관이다.
– 아침 햇빛 노출 – 생체시계를 앞당기는 효과 – 저녁 인공조명과 블루라이트 – 생체시계를 지연시킴 – 규칙적인 식사 시간 – 말초 생체시계 동기화 – 운동 타이밍 – 아침 운동이 리듬 조절에 도움
스페인 무르시아대학교 팀의 2018년 분석이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저녁형의 대사증후군 위험 증가는 유전적 위험 점수와 무관했다. 대신 늦은 식사 시간, 낮은 신체활동, 음주량 같은 생활습관과 강하게 연관됐다.
결론적으로 크로노타입 자체를 180도 바꾸기는 어렵지만, 생활습관 조절로 건강 위험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저녁형을 위한 건강 팩트체크 FAQ
Q1. 저녁형은 우울증에 더 취약한가?
어느 정도 사실이다. 2019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에서 멘델 무작위화 분석을 적용한 결과, 아침형 유전자를 많이 가진 사람이 정신건강 지표가 더 좋았다. 하지만 이건 ‘인과관계’보다 사회적 시차와 수면 부족의 영향이 클 수 있다. 실제로 수면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한 저녁형에서는 우울 위험 증가가 크게 줄어든다는 결과도 있다.
Q2.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아침형이 되나?
그렇다. 청소년기에는 저녁형으로 기울다가 20대 초반을 정점으로 점차 아침형으로 이동한다. 노년기에는 대부분 아침형이 된다. 이건 멜라토닌 분비 패턴과 호르몬 변화의 영향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Q3. 저녁형이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핵심은 ‘사회적 시차’를 줄이는 것이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시간 차이를 2시간 이내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저녁형이라도 아침 햇빛을 30분 정도 쬐면 생체시계 조절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흡연과 과음을 피하는 게 사망률 증가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핀란드 37년 연구가 증명했듯, 비흡연에 가벼운 음주 수준이면 저녁형도 아침형과 사망 위험이 다르지 않았다.
아침형이 더 건강하다는 믿음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저녁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아침 중심 사회와의 부조화가 문제다. 9시 출근과 이른 등교 시간이 저녁형에게 만성적인 수면 부채를 안기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흡연과 음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진짜 범인이다.
올빼미형이라면 자책하기보다 자신의 리듬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게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