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에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인 ‘메가팩토리약국 성남점’이 문을 열면서 약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코스트코를 연상케 하는 대형 매장에서 카트를 끌고 의약품을 쇼핑하는 완전히 새로운 약국 모델의 등장에 소비자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약사들은 격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반응 속에서 창고형 약국은 과연 의료 유통의 혁신일까, 아니면 기존 약국 생태계를 파괴하는 위험한 시도일까? 오늘은 창고형 약국의 실체와 논란의 핵심을 파헤쳐보자.
코스트코같은 창고형 약국🛒

창고형 약국이 기존 약국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쇼핑 방식이다.
약 130평(430㎡) 규모의 대형 약국으로, 2,500여 개 품목의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동물의약품, 영양제 등이 진열되어 있어 마치 대형마트를 방문한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이 직접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약을 고를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가방은 입구의 보관함에 맡기고 장바구니나 카트를 들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의약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제품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 감기약 50여 종, 진통제 30여 종, 파스 80여 종 등 다양한 품목 진열 ▲ 대형마트 방식의 쇼핑카트와 장바구니 제공
▲ 모든 상품에 가격표 부착으로 투명한 가격 공개
매장 곳곳에는 약사들이 배치되어 있어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제품 설명과 복약 상담을 제공한다. 계산대에서는 최종 복약지도도 받을 수 있어 전문성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창고형 약국 가격 얼마나 저렴할까? 💰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GC녹십자 해열진통제 ‘탁센 아세트아미노펜정 500mg’의 경우 대개 3000원에 팔리지만 여기선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 방문 후기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시중가 대비 5-10% 정도 저렴하며, 일부 품목은 더 큰 가격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일부 품목을 놓고는 격양된 반응까지 나왔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사입가 대비 100, 200원 정도의 마진만 붙인 채 판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주요 의약품 가격 비교
| 품목 | 일반 약국 | 창고형 약국 | 차이 |
| 타이레놀 | 3,000원 | 2,000원 | 1,000원 절약 |
| 습윤밴드 | 일반 가격 | 3,000원 저렴 | 3,000원 절약 |
| 감기약/연고류 | 일반 가격 | 1,000-2,000원 저렴 | 1,000-2,000원 절약 |
이런 가격 경쟁력은 대량 구매를 통한 단가 절감과 창고형 매장의 효율성에서 나온다. 3000~5000원대 소포장 건강기능식품을 단독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자체 상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약사들 반발 이유 😡
약사 사회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격렬하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회원들과 함께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약사들이 창고형 약국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약사의 전문성 훼손 우려 창고형 약국은 약사의 본질적인 역할인 안전 의약품 사용을 위한 복약지도, 의약품 안전관리, 환자 맞춤 상담 등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진열 판매하는 방식이 약사를 단순한 판매자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 의약품 오남용 촉진 의약품의 무분별한 할인 판매는 의약품 유통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며, 약사들의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제외된 시스템은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약사들에 대한 여론이 이전만큼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다이소에서 3000원짜리 저렴한 건강기능식품의 등장에 소비자 반응이 매우 뜨거웠지만, 대한약사회는 즉각 판매를 중지하라는 입장을 냈다. 결국 제약사가 닷새 만에 판매를 철회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사회의 갑질 논란이 제기되며 공정위 조사까지 받았다.
알아볼까? 약사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의료진도 우려의 목소리 🩺
창고형 약국에 대한 우려는 약사뿐만 아니라 의료진에서도 나오고 있다. 의료평론가 이명진 씨는 “새로운 형태가 나오면 그에 맞는 어떤 전문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에서 기준을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 평론가는 또 뭐야???)
그는 특히 “약은 식료품 사듯이 구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창고형약국의 핵심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의약품이 마치 대량구매 가능한 공산품처럼 다뤄질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우려사항
- 충동구매 유도: 대형마트식 쇼핑 환경이 불필요한 약물 구매를 부추길 수 있음
- 복약지도 부실: 대량 고객 처리 과정에서 개별 상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
- 약물 중복: 여러 약물을 한 번에 구매하면서 상호작용 검토가 소홀해질 우려
- 저장 관리: 대량 구매한 의약품의 가정 내 보관 문제
하지만 창고형 약국 측에서는 이런 우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정두선 대표 약사는 “시대 변화에 맞춰 유통·판매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유효기간 등을 고려해 필요한 양만 구입하고 있고, 복약지도 역시 다른 약국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은? 🏛️
보건복지부에는 해당 약국과 관련된 민원이 다수 접수된 상태다.
복지부는 현재까지 이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가 약에 대해 설명하고 판매한다면 약사법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민원 사항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장 조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창고형 약국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약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고, 복약지도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창고형 약국’이라는 명칭 자체가 약사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외부 현수막은 철거한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기 성남에 국내 첫 창고형약국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또 다른 창고형약국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단순한 유통 혁신을 넘어 우리나라 약국 시스템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약국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의약품이 어떻게 유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을, 약업계에는 건전한 경쟁을 가져다줄 혁신일까, 아니면 기존 의료 시스템을 파괴하는 위험한 실험일까. 이 논쟁의 결말은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 유통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찬반 양론 극명하게 갈리는 온라인 반응 🔥
창고형 약국에 대한 온라인 댓글을 보면 소비자와 약사 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 소비자들은 “이런게 혁신이라는거다. 언제까지 의사 약사들에게 저당 잡혀살것인가”라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소비자도 싸게 사고싶은 권리가 있다”, “합리적인 소비자들과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응당 찬성하는 사항”이라는 댓글이 이어지며 창고형 약국을 소비자 권익 확대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약사들의 반응은 분노와 절망감으로 가득하다. “약사라면 일반의약품을 저렇게 판매해도 괜찮은가”, “의약품을 다루는 약사의 직능 자체를 무시하는데”라며 전문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자신의 이득만 추구하다 약사 전체가 무너지면 자기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갈텐데”라는 댓글에서 동료 약사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진다. 일부는 “10년안에 약사가 살아남을수있나 진짜… 암울하다”며 직업의 미래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댓글은 “약사들이 걱정하는 세 가지 이유 1) 마진 많은 제품만 골라서 권했는데 손님 뺏길까봐 2) 친절하게 상담도 못하는데 싼 곳으로 뺏길까봐 3) 그냥 다른 약사 잘되고 소비자가 싸게 사는게 배아파서”라며 기존 약사들의 관행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제대로 복약상담해주는 약국은 10개중 한두개도 안됨”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창고형 약국이 약업계 내부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