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꺾으면 관절염 걸린다”는 말,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50년간 직접 실험한 의사부터 수백 명 대상 연구까지, 과학이 내놓은 답을 정리한다.
50년 자가실험 – 어머니에게 반박하기 위한 의사의 집념
미국 캘리포니아의 Donald L. Unger 박사는 1998년 학술지 Arthritis & Rheumatism에 특이한 논문을 발표했다. 왼손 손가락만 하루 최소 2회씩 50년간 꺾고, 오른손은 대조군으로 남겨둔 것이다. 50년간 최소 36,500회 이상 꺾은 셈이다.
결과는? 양손 모두 관절염이 없었다. 두 손 사이에 어떤 차이도 없었다.
이 연구로 그는 2009년 이그노벨상 의학 부문을 수상했다. 시상식에서 그의 첫마디는 “어머니, 틀리셨어요!”였다.
대규모 연구들이 내린 동일한 결론
물론 1명의 자가실험만으로는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1990년 Castellanos와 Axelrod 연구팀은 45세 이상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74명의 습관적 손가락 꺾기 그룹과 226명의 비꺾기 그룹을 비교한 결과, 관절염 발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2011년에는 미국 군의관대학교 Kevin deWeber 박사 연구팀이 50~89세 성인 215명의 손 엑스레이를 분석했다. Journal of the American Board of Family Medicine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 구분 | 관절염 유병률 |
|---|---|
| 손가락 꺾는 그룹 | 18.1% |
| 손가락 안 꺾는 그룹 | 21.5% |
오히려 손가락을 꺾는 사람들의 관절염 유병률이 약간 더 낮았다. 결론은 명확했다. “습관적 손가락 꺾기의 총 기간과 총 누적 노출량 모두 손 골관절염의 위험 요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뚝 소리의 정체 – MRI와 초음파가 밝힌 진실
그렇다면 손가락을 꺾을 때 나는 그 시원한 뚝 소리는 대체 뭘까?
▲ 1947년 가설 – 관절이 벌어지면서 기포가 생성될 때 소리 발생 ▲ 1971년 가설 – 관절 내 기포가 터지면서 소리 발생
2015년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Gregory Kawchuk 교수팀은 실시간 MRI로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관절면이 급격히 분리되는 순간 활액 내에 가스 공동이 형성되면서 소리가 난다. 1947년 가설이 맞았다.
같은 해 UC Davis 의대 Robert Boutin 교수팀도 40명, 400개 관절을 초음파로 촬영했다. 꺾는 순간 “관절 안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밝은 섬광”이 관찰됐다. 소리가 먼저 들리고 섬광이 나중에 보였는데, 이는 기포 형성설을 뒷받침한다.
그래도 주의할 점은 있다
관절염과의 연관성은 없지만, 완전히 무해하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1990년 Castellanos와 Axelrod의 연구에서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꺾는 그룹에서 손 붓기와 악력 감소가 더 자주 관찰됐다. 다만 2017년 UC Davis의 Boutin 교수팀이 Clinical Orthopaedics and Related Research에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는 이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과학이 말해주는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 손가락 꺾기는 골관절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 50년 이상 꺾어도 관절 손상 증거 없음 – 뚝 소리는 기포 생성에 의한 것으로 유해하지 않음 – 일부 연구에서 손 붓기, 악력 감소 보고 있으나 최신 연구에서는 확인 안 됨
손가락 꺾기 관절염 FAQ 자주 묻는 질문
Q1. 왜 손가락을 꺾으면 시원한 느낌이 들까?
꺾으면 관절 공간이 일시적으로 넓어지면서 가동 범위가 증가한다. 또한 관절 주변의 골지건 기관이라는 신경 말단이 자극받으면서 근육 이완 신호를 보내 시원한 느낌이 든다.
Q2. 한번 꺾으면 왜 당분간 다시 안 꺾어질까?
꺾을 때 생긴 가스 방울이 활액에 다시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약 15~20분이 걸린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방금 꺾은 손가락은 다시 뚝 소리가 나지 않는다.
Q3. 손가락 꺾기가 관절에 좋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해롭지 않다는 것과 이롭다는 것은 다르다. 굳이 꺾을 필요는 없지만, 꺾는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게 현재 과학의 결론이다.
손가락 꺾으면 관절염 생긴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50년간 자기 손으로 실험한 의사부터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까지, 모든 결과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들었던 그 경고, 이제는 안심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