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맞으면 독감에 걸린다? 불활화 백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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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이 독감을 유발한다는 오해의 시작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독감 주사 맞고 나서 독감 걸렸어.”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심지어 이 경험담을 근거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감 백신으로 독감에 걸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적으로 이를 ‘백신에 대한 대표적 오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내 질병관리청도 같은 입장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생긴 걸까.

접종 후 몸살 기운이 느껴지거나, 접종 직후 실제로 독감에 걸린 경험이 “백신 때문”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백신이 독감을 ‘유발’한 게 아니다.

불활화 백신 원리 – 죽은 바이러스는 감염시킬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독감 백신은 대부분 ‘불활화 백신’이다. 영어로는 Inactivated Vaccine이라 부른다.

불활화란 말 그대로 바이러스를 죽였다는 뜻이다. 백신에 들어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미 사멸 처리되었거나,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만 추출한 형태다. 복제 능력이 없으니 체내에서 증식할 수 없고, 당연히 감염을 일으킬 수 없다.

백신 종류바이러스 상태감염 유발 가능성
불활화 백신(주사)사멸 또는 단백질만 포함불가능
약독화 생백신(비강)약화된 생바이러스불가능(온도 민감성)
재조합 백신바이러스 없음불가능

비강으로 투여하는 약독화 생백신의 경우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코 안의 낮은 온도에서만 활동하도록 설계되어 폐나 기관지처럼 따뜻한 곳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즉, 어떤 형태의 독감 백신도 독감을 유발하지 않는다.

백신 접종 후 몸살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

그렇다면 접종 후 느껴지는 발열, 근육통, 피로감은 뭘까. 이건 면역 반응이다.

백신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이 가동된다. 항체를 만들기 위해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고,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우리 몸이 ‘침입자’와 싸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 접종 부위 통증, 발적, 부종
▲ 미열 – 대개 38도 내외
▲ 근육통, 두통, 피로감

이런 증상은 대부분 1~2일 내에 사라진다. 실제 독감 감염 시 나타나는 고열(39도 이상), 심한 기침,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전신 증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백신 접종 후 반응 vs 실제 독감 감염
백신 접종 후 반응
• 미열 – 37~38도
• 접종 부위 통증
• 가벼운 피로감
• 지속시간 – 1~2일
실제 독감 감염
• 고열 – 39도 이상
• 심한 기침, 인후통
• 극심한 전신 근육통
• 지속시간 – 1~2주

미국 국립전염병재단(NFID)에 따르면, 최근 백신들은 이상반응 빈도가 크게 줄어 위약(가짜 약)을 투여한 그룹과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백신 맞고도 독감 걸리는 진짜 이유

그런데 실제로 백신 접종 후 독감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이건 백신이 독감을 ‘유발’한 게 아니라, 백신이 ‘예방하지 못한’ 경우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항체 형성 전 감염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충분히 만들어지려면 약 2주가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에는 여전히 감염에 취약하다. 접종 직후 독감에 걸렸다면,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였거나 항체가 완성되기 전에 감염된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 변이와 불일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한다. 백신은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이러스 균주를 기반으로 제작되는데, 예측이 빗나가면 효과가 떨어진다. CDC 자료에 따르면 백신 효과는 매 시즌 29%에서 60% 사이로 변동한다.

셋째, 개인별 면역력 차이

고령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은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예방 효과가 70~90%인 반면, 65세 이상에서는 효과가 더 낮게 나타나는 이유다.

독감 백신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바이러스 일치도
영향도 85%
접종자 연령
영향도 70%
기저질환 여부
영향도 60%
접종 시기
영향도 50%
* CDC 및 관련 연구 종합

그래서 백신은 ‘완벽한 방어막’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용지물은 아니다.

백신 효과 데이터 – 수치로 보는 실제 혜택

CDC가 발표한 2019-2020 시즌 데이터를 보면 백신의 가치가 명확해진다. 해당 시즌 백신 효과는 약 39~45%로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 약 700만 건의 독감 감염 예방 – 약 300만 건의 병원 방문 감소 – 약 10만 건의 입원 예방 – 약 6,300명의 사망 예방

특히 소아청소년층에서는 백신 효과가 55%로 더 높게 나타났다.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의 경우 백신 접종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독감 위험을 75%나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원한 독감 환자 중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 대비 중환자실 입원 위험이 26% 낮았고, 사망 위험도 31% 낮았다는 2021년 연구 결과도 있다. 백신이 감염 자체를 100% 막지는 못하더라도, 중증 진행을 막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작년에 백신 맞았는데 올해도 맞아야 하나?

매년 접종해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하기 때문에 매년 백신 조성이 달라진다. 작년 백신으로는 올해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막기 어렵다. 둘째,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진다. CDC는 생후 6개월 이상 모든 연령에서 매년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Q2. 계란 알레르기가 있으면 독감 백신 못 맞나?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유정란에서 배양하지만,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접종이 가능하다. CDC는 계란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도 독감 백신을 맞도록 권장한다. 다만 심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있었던 경우에는 세포배양 백신이나 재조합 백신을 선택하는 게 좋다. 접종 전 의료진과 상담하면 된다.

Q3. 독감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은 없나?

접종 부위 통증이나 미열 같은 경미한 반응은 흔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매우 드물다. 아나필락시스는 약 6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길랭-바레 증후군도 100만 명당 1~2명 수준이다. 50년 넘게 수억 명에게 접종되면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백신이다. 중증 이상반응 위험보다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독감 백신이 독감을 유발한다는 건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다. 불활화된 바이러스는 감염 능력이 없다.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은 면역 반응이고, 접종 후 독감에 걸리는 건 백신이 아직 효과를 발휘하기 전이거나 바이러스 변이 때문이다.

완벽한 백신은 없지만, 그래도 맞는 게 낫다. 수백만 건의 감염과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하는 도구임은 데이터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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