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노른자를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치솟는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수십 년간 상식처럼 여겨졌던 이 주장이 사실인지, 최신 연구와 식이 가이드라인 변화를 통해 팩트체크해본다.
계란 노른자 콜레스테롤 논란의 시작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덩어리니까 빼고 먹어라.”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다. 실제로 계란 노른자 하나에는 약 186m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다.
1960년대 미국심장협회는 심장병 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식이 가이드라인은 하루 300mg 이하로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했고, 이 기준은 무려 2015년까지 유지됐다.
계란 2개만 먹어도 일일 권장량을 훌쩍 넘긴다. 자연스럽게 계란은 심장 건강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된 사실이 있다.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음식에서 오는 게 아니다.
Harvard Health에 따르면 간과 장에서 체내 콜레스테롤의 약 80%를 직접 생산한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고작 20% 수준이다.
더 흥미로운 건 우리 몸의 자동 조절 기능이다. 음식으로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생산량을 줄인다. 반대로 적게 먹으면 더 많이 만들어낸다.
| 구분 | 비율 | 비고 |
|---|---|---|
| 간/장 자체 생산 | 약 80% | 하루 약 800-1000mg 생산 |
| 식이 섭취 | 약 20% | 평균 하루 300mg 섭취 |
그렇다면 왜 수십 년간 식이 콜레스테롤이 주범으로 지목됐을까?
초기 연구들은 주로 동물 실험에 기반했다.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을 먹였더니 동맥경화가 생겼다는 식이었다. 문제는 토끼가 초식동물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콜레스테롤 대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식이 콜레스테롤 제한 폐지와 최신 연구 결과
2015년, 미국 식이 가이드라인 자문위원회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콜레스테롤은 더 이상 과잉 섭취 우려 영양소가 아니다.”
40년 가까이 유지되던 하루 300mg 제한이 공식적으로 삭제된 것이다. 미국심장학회(ACC)는 이 변화가 축적된 과학적 증거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계란을 무제한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2019년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 Victor Zhong 박사와 Norrina Allen 교수 연구팀은 JAMA에 주목할 만한 연구를 발표했다. 미국 내 6개 코호트 연구에서 29,615명을 최대 31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였다.
결과는 이랬다.
▲ 주당 계란 3-4개 섭취 시 심혈관 질환 위험 6% 증가 ▲ 같은 조건에서 모든 원인 사망 위험 8% 증가 ▲ 하루 300mg 콜레스테롤 섭취 시 심혈관 질환 위험 17% 증가
Allen 교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콜레스테롤에 관한 것”이라며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콜레스테롤 섭취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2024년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PROSPERITY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140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주당 12개 이상의 강화 계란을 섭취한 그룹은 심혈관 건강 바이오마커에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65세 이상 고령자와 당뇨병 환자에서는 HDL 콜레스테롤 증가와 LDL 콜레스테롤 감소 경향이 관찰됐다.
왜 연구마다 결과가 다를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콜레스테롤 반응의 개인차 – 하이퍼 vs 하이포 리스폰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콜레스테롤 반응이 다르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하이퍼 리스폰더(hyper-responder)’와 ‘하이포 리스폰더(hypo-responder)’다. 전체 인구의 약 1/3이 하이퍼 리스폰더로 분류된다.
하이퍼 리스폰더는 식이 콜레스테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계란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반면 하이포 리스폰더는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해도 혈중 수치 변화가 거의 없다.
코네티컷대학교 Maria Luz Fernandez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하이포 리스폰더는 하루 640mg의 추가 콜레스테롤을 섭취해도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지 않았다. 하이퍼 리스폰더는 LDL과 HDL 모두 상승했지만, LDL/HDL 비율은 유지됐다.
콜레스테롤 흡수율도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80%까지 차이가 난다. 같은 계란을 먹어도 실제로 흡수되는 양이 4배나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일까?
안타깝게도 간단한 검사법은 아직 없다. 다만 몇 가지 경향성은 알려져 있다.
– 평소 콜레스테롤을 적게 먹던 사람일수록 반응이 크다 – 체질량지수(BMI)가 낮을수록 반응이 큰 경향 – 기존 HDL2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반응이 더 크다 – 유전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계란이 콜레스테롤을 높이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사람마다 다르다”이다.
다만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에게 하루 1개 정도의 계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재 학계의 중론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수십 년간 수십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콜레스테롤 섭취 시
혈중 수치 민감 반응
콜레스테롤 섭취해도
혈중 수치 변화 적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포화지방이다.
식이 콜레스테롤보다 포화지방이 혈중 LDL 콜레스테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계란 자체보다 계란과 함께 먹는 베이컨, 버터, 소시지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란 콜레스테롤 자주 묻는 질문
Q.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도 계란을 먹어도 되나?
기존에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상담 후 섭취량을 결정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주 2-3개 이하로 제한하거나, 노른자를 줄이고 흰자 위주로 섭취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Q. 계란 노른자 대신 흰자만 먹으면 영양소 손실이 크지 않나?
노른자에는 콜린, 비타민 D, 비타민 A, 루테인, 제아잔틴 등 중요한 영양소가 집중돼 있다. 흰자만 먹으면 단백질은 섭취할 수 있지만 이런 영양소는 대부분 놓치게 된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노른자까지 포함해 하루 1개 정도는 오히려 영양학적으로 권장되는 편이다.
Q. 삶은 계란과 후라이, 조리법에 따라 콜레스테롤 영향이 다른가?
계란 자체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조리법과 무관하게 동일하다. 다만 후라이를 할 때 버터나 기름을 사용하면 포화지방 섭취가 늘어난다. 포화지방은 LDL 콜레스테롤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므로, 심혈관 건강이 걱정된다면 삶거나 수란 형태로 조리하는 게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