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프면 코어가 약해서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식은 과학적으로 상당 부분 과장됐다. 코어 근력과 요통의 관계, 그리고 코어 강화 운동의 실제 효과와 한계를 연구 기반으로 팩트체크한다.
코어가 약하면 허리가 아프다는 속설의 기원
‘코어 안정성’이라는 개념은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시작은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Paul Hodges와 Carolyn Richardson 교수팀의 연구였다. 1996년 Spine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만성 요통 환자들의 복횡근 활성화 타이밍이 건강한 사람보다 약 50밀리초 지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 결과가 어떻게 해석되었느냐다.
원래 연구는 근육이 ‘약하다’가 아니라 ‘반응이 늦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미묘한 차이는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코어가 약하면 허리가 아프다”는 단순한 공식이 피트니스 업계, 재활 분야, 심지어 일부 의료계까지 퍼져나갔다.
영국 King’s College Hospital의 Andrew McCarter 척추물리치료사는 이런 현상을 지적한다. 코어 운동이 워낙 인기를 끌면서, 일상적인 동작에서도 항상 코어를 긴장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오히려 이것이 근육 과긴장과 관절 압박을 유발해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코어 약함과 요통 사이 인과관계의 진실
그렇다면 코어가 약한 사람이 실제로 허리 통증을 더 많이 겪을까? 놀랍게도 과학적 증거는 이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2010년 런던 CPDO의 Eyal Lederman 교수가 Journal of Bodywork & Movement Therapies에 발표한 비판적 리뷰 “The myth of core stability”는 이 분야의 전환점이 됐다. 레더만 교수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 문제를 제기했다.
▲ 코어 근육 활성화 패턴이 건강한 사람과 요통 환자 사이에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 복횡근의 타이밍 변화나 근력 개선이 통증 감소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 약한 복근이나 근육 불균형은 병리가 아니라 정상적인 개인차에 불과하다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약한 코어가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요통 환자들은 보호 반응으로 코어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키는 경향이 있다.”
재미있는 역설이다. 코어가 약해서 허리가 아픈 게 아니라, 허리가 아파서 코어를 지나치게 조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어 운동이 다른 운동보다 특별히 효과적일까
코어 강화 운동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운동보다 ‘특별히’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연구 결과가 많다.
2012년 복단대학교 Wang XQ 연구팀이 PLoS ONE에 발표한 메타분석은 이 질문에 답을 제시했다. 1970년부터 2011년까지의 무작위대조시험을 분석한 결과, 코어 안정화 운동은 일반 운동과 비교했을 때 단기적으로만 약간의 우위를 보였다.
| 비교 항목 | 3개월 시점 | 6개월 시점 | 12개월 시점 |
|---|---|---|---|
| 통증 감소 | 코어 운동 우위 | 차이 없음 | 차이 없음 |
| 기능 개선 | 코어 운동 우위 | 차이 없음 | 차이 없음 |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3개월 시점에서는 코어 운동 그룹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지만, 6개월과 12개월 시점에서는 일반 운동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2020년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요통 치료에 있어 특정 운동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코어 운동이 아니라 ‘운동 그 자체’일 수 있다. 어떤 형태든 움직임을 늘리는 것이 요통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되는 접근법
그렇다면 허리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최신 연구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 특정 부위에 집착하기보다 전신 운동을 꾸준히 한다 – 완벽한 자세나 동작에 강박적으로 집착하지 않는다 –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점진적으로 활동량을 늘린다 – 수면, 스트레스,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한다
요통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호주 커틴대학교 Peter O’Sullivan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코어 안정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허리 통증은 다인자성 질환이다. 생체역학적 요인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만성 요통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위험요인들을 보면 흥미롭다.
▲ 수면 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 ▲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 ▲ 움직임에 대한 공포 – 이른바 운동공포증 ▲ 전반적인 신체활동 부족
코어 근력은 이 목록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는다.
코어 운동과 허리 통증 FAQ 자주 묻는 질문
Q1. 그래도 코어 운동을 하면 허리에 도움이 되지 않나?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코어라서’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운동이라서’ 도움이 되는 것이다. 플랭크든 데드리프트든 걷기든, 몸을 움직이는 활동 자체가 요통 관리에 긍정적이다. 코어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꾸준히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최선이다.
Q2. 허리가 아픈데 운동해도 괜찮은가?
대부분의 경우 괜찮다. 오히려 안정과 휴식만 취하는 것이 회복을 늦출 수 있다. 물론 급성기에는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통증이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활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권장된다. 단, 하지 방사통이나 감각 이상, 배뇨 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Q3. 코어 안정성 개념 자체가 틀린 건가?
틀렸다기보다 과장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원래 Hodges 교수의 연구는 요통 환자에게서 근육 타이밍 변화가 관찰된다는 사실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것이 ‘원인’인지 ‘결과’인지, 그리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 실제 통증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코어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이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과도한 믿음에 경고등을 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코어가 약하면 허리가 아프다”는 말은 반만 맞다.
코어 근력은 전신 기능의 일부일 뿐이다. 허리 통증의 원인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코어 운동에 집착하기보다 전반적인 신체활동을 늘리고, 수면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일 수 있다.
척추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구조물이다. 코어가 조금 약하다고 무너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