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이 나쁘면 통증이 생긴다? 다리 길이 차이와 척추측만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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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 이상이 허리 통증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통념은 과학적으로 얼마나 사실일까. 다리 길이 차이, 척추측만증, MRI 이상 소견과 통증의 관계를 최신 연구로 팩트체크한다.

체형이 통증을 일으킨다는 오래된 믿음

“자세가 나빠서 허리가 아픈 거예요.” 병원에서, 주변에서 수없이 들었을 이야기다. 척추가 휘었다, 골반이 틀어졌다,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그것이 통증의 원인처럼 여겨지곤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MRI나 X-ray에서 발견된 구조적 이상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 디스크 탈출, 척추전방전위증, 퇴행성 변화 같은 진단명은 마치 선고처럼 들린다. 그런데 최근 20여 년간 축적된 연구들은 이 상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 커틴대학교 물리치료학과 Peter O’Sullivan 교수는 2016년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허리 통증에 대한 현재 의료 관행은 현대 과학적 근거와 동떨어져 있으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체형 중심의 접근이 통증을 해결하기보다 공포를 키운다는 의미다.

MRI에서 이상이 보여도 아프지 않은 사람들

가장 충격적인 사실부터 짚어보자.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Waleed Brinjikji 박사 연구팀은 2015년 American Journal of Neuroradiology에 무증상자 3,110명의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령대디스크 퇴행디스크 팽윤디스크 돌출
20대37%30%29%
50대80%60%36%
80대96%84%43%

▲ 아무런 통증이 없는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MRI에서 퇴행성 변화가 발견된다

이 연구의 결론은 명확하다. “영상에서 발견되는 많은 퇴행성 특징들은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으며 통증과 무관하다.” 디스크 팽윤이나 퇴행이 있어도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순 없다. 같은 연구팀이 6개월 후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는 50세 이하 성인 중 통증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을 비교했다. 통증 환자에서 디스크 팽윤이 7배 더 흔하게 발견됐다. 하지만 결론은 “MRI 소견은 반드시 임상 증상과 연관지어 해석해야 한다”였다. 사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연령별 무증상자 디스크 퇴행 발견율
20대
37%
50대
80%
80대
96%
출처 – Brinjikji et al., AJNR 2015

자세와 척추 곡선이 통증을 결정하지 않는다

2020년 Journal of Spine에 발표된 41개 체계적 문헌고찰을 종합 분석한 ‘우산 리뷰’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척추 자세, 장시간 서있기, 앉기, 구부리기 등 물리적 노출과 허리 통증의 인과관계를 검토했다.

결론은 어땠을까. “이러한 요인들이 허리 통증에 선행한다거나, 용량-반응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혼재되어 있다.” 쉽게 말해, 나쁜 자세가 통증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PubMed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Springer Nature의 Bulletin of Faculty of Physical Therapy에 실린 문헌 리뷰는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 “자세와 통증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되더라도 그것은 미미하다. 설령 연결고리가 있더라도 근본적인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로운 발견이 있다. 통증이 자세를 바꿀 수 있지만, 나쁜 자세가 통증을 유발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아파서 움츠러드는 것이지, 움츠러들어서 아픈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다리 길이 차이는 어떨까. 2015년 핀란드 오울루대학교 Jaro Karppinen 교수팀이 BMC Musculoskeletal Disorders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정육 가공 종사자와 사무직 근로자를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 6mm 이상의 다리 길이 차이는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만 허리 통증과 연관됐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선 연관성이 없었다.

– 6mm 이상 다리 길이 차이가 있는 서서 일하는 사람 – 통증 강도 53% 높음 – 같은 조건의 앉아서 일하는 사람 – 유의미한 차이 없음 – 대부분의 사람에게 존재하는 경미한 다리 길이 차이 – 허리 통증과 무관

척추측만증이 있어도 통증은 따로 논다

척추측만증 환자는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2017년 Théroux 박사팀의 체계적 문헌고찰은 1,811개의 연구 중 선별 기준을 충족한 단 2개의 연구만 분석했는데, 둘 다 비뚤림 위험이 높아 신뢰할 만한 유병률 추정이 불가능했다.

1997년 텍사스 스코티시 라이트 병원의 대규모 연구가 참고할 만하다. 콥 각도 10도에서 122도까지 다양한 2,442명의 청소년 척추측만증 환자를 조사했다. 통증 유병률은 23%였는데, 이는 일반 인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놀랍게도 척추 곡선의 유형이나 심각도와 통증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2023년 MDPI 저널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척추측만증 환자의 통증은 곡선 정점 부위에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측만증 자체가 통증의 필수적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 척추측만증 환자 통증 유병률 – 23%(일반인과 유사) ▲ 곡선 유형, 심각도와 통증 상관관계 – 발견되지 않음 ▲ 더 중요한 변수 – 수면 질, 정신건강 상태, 자기 인식

통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비교
낮음
구조적 이상 단독
중간
수면 부족
높음
심리사회적 요인
통증은 구조적 문제보다 심리적, 사회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자주 묻는 질문 – FAQ

Q1. 그렇다면 MRI 검사는 받을 필요가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 MRI는 심각한 병리 – 종양, 감염, 골절 등 – 를 배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검사 결과의 해석 방식이다. AJNR의 Brinjikji 연구팀도 “영상 소견은 반드시 환자의 임상 상태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RI에서 뭔가 보인다고 바로 그것이 통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Q2. 체형 교정 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말인가?

교정 치료가 전혀 효과 없다는 뜻은 아니다. 2022년 Frontiers in Bioengineering에 발표된 이탈리아 연구에서 다리 길이 차이 교정용 깔창은 비특이적 허리 통증 환자에게 단기·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다만 핵심은, 구조적 교정 자체보다 움직임의 개선과 공포감 감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O’Sullivan 교수팀의 인지기능치료 연구에 따르면 “보호적” 자세에서 벗어나 움직임 범위와 속도를 늘리는 것이 통증 개선과 강하게 연관됐다.

Q3. 통증이 있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Peter O’Sullivan 교수팀이 2020년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한 “Back to Basics” 논문이 좋은 가이드다. 핵심은 구조적 이상에만 집중하지 말고, 수면, 스트레스, 활동량, 통증에 대한 공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척추가 약하다’ ‘움직이면 손상된다’는 공포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활동을 늘려가는 것이다. 구조가 아닌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 현대 통증 과학의 방향이다.

체형 이상은 통증의 결정적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MRI에서 보이는 이상 소견의 상당수는 나이 들면 누구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통증은 구조보다 움직임, 공포, 심리상태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 몸이 약하고 잘못됐다는 믿음 자체가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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