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 조울증 오진율이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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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장애는 진단까지 평균 수년이 걸린다. 처음엔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받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약을 먹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오진이 많이 발생하는지, 그 구조적인 이유를 정리했다.

양극성장애란 무엇인가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 조울증)는 기분이 극단적으로 오르내리는 정신 질환이다.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조증(躁症, mania)’ 삽화와 기분이 극도로 가라앉는 ‘우울 삽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난다고 해서 과거에는 ‘조울병’이라 불렸다.

조증 삽화가 완전히 나타나는 제1형과, 조증보다 약한 ‘경조증(hypomonia)’이 나타나는 제2형으로 구분된다. 제2형은 증상이 덜 극적이라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오진 가능성이 더 높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약 2~3%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양극성장애를 세계 10대 장애 유발 질환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오진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 – 우울증으로 시작

양극성장애의 오진율이 높은 핵심 이유는 첫 번째 삽화가 대부분 우울증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양극성장애 환자의 약 70% 이상이 처음에는 우울 삽화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기분이 들뜨는 조증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병원을 찾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서 병원에 가는 것이지, 기분이 너무 좋고 에너지가 넘쳐서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적다. 조증 삽화 때는 오히려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라며 병원을 찾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의사는 우울 삽화만 보고 단극성 우울장애(일반 우울증)로 진단하게 된다. 이후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데, 양극성장애 환자에게 기분 안정제 없이 항우울제만 투여하면 오히려 조증 삽화를 유발하거나 급속순환형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양극성장애 우울 삽화 vs 단극성 우울증
health.tali.kr
양극성장애 우울 삽화 특징
수면 증가(과수면), 증상의 갑작스러운 발생과 해소, 체중 변화, 출산 후 극심한 증상, 혼재성 특징(불안·초조 동반)
단극성 우울증 특징
수면 감소(불면), 서서히 나타나고 서서히 회복, 조증·경조증 이력 없음, 항우울제에 반응
감별 핵심
과거 경조증 또는 조증 삽화 여부 확인 필수. 가족 내 양극성장애 이력도 중요한 단서

오진을 부르는 다른 요인들

우울증으로 시작하는 문제 외에도 오진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이 여러 가지 있다.

경조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조증보다 강도가 약한 경조증 상태에서는 활력이 넘치고 생산성이 높아 스스로 ‘좋은 상태’라고 인식한다. 주변 사람들도 “요즘 기운이 넘치네”라고 할 뿐 병적 상태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2형 양극성장애는 진단이 더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정상 기간이 길다. 양극성장애 환자는 평균적으로 전체 기간의 약 50%는 정상적인 기분 상태를 유지한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그 순간이 정상 기간이라면 의사는 증상을 직접 관찰하기 어렵다. 환자 스스로도 발작적으로 나타났던 증상을 과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

동반 질환이 가린다. 양극성장애는 불안장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알코올 의존 등 다른 정신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동반 질환이 전면에 드러나면 양극성장애는 뒤에 가려지기 쉽다. 특히 ADHD와 경조증은 증상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혼동이 잦다.

▲ 진단 지연의 결과는 단순히 시간 낭비가 아니다. 부적절한 항우울제 단독 처방이 이어지면 조증 삽화 빈도가 늘어나고 ‘급속순환형(rapid cycling)’으로 악화될 수 있다. 급속순환형은 연 4회 이상 삽화가 반복되는 형태로,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오진을 줄이기 위한 진단 접근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현재 증상만이 아니라 과거 전체 기분 삽화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생 동안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거나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넘쳤던 시기가 있었는가’를 직접 묻는 것이 기본 감별 방법이다.

가족 내 양극성장애 이력도 중요한 단서다. 유전적 취약성이 있어 부모·형제 중 양극성장애 환자가 있다면 진단 시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양극성장애 환자의 직계 가족이 같은 질환을 가질 확률이 일반 인구보다 5~10배 높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표준화된 선별 도구로는 MDQ(Mood Disorder Questionnaire, 기분 장애 설문지)가 있다.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가 보고 형식으로, 우울증 클리닉에서 양극성장애를 걸러내는 데 활용된다. 이 도구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면담 전 기본 스크리닝으로 의미가 있다.

MSD 매뉴얼을 포함한 여러 임상 지침서는 우울증 환자를 처음 진료할 때 반드시 조증 또는 경조증 이력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한 가지 절차가 오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이 할 수 있는 것

오진을 막거나 진단을 앞당기는 데 환자와 가족의 역할이 크다. 의사는 진료실에서 짧은 시간 안에 현재 상태만 본다. 과거 삽화 이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환자 본인과 오랫동안 함께한 가족이다.

진료 전 기분 변화 이력을 메모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언제부터 우울했다’ 뿐 아니라 ‘언제 이유 없이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넘치거나 잠을 안 자도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는지’를 함께 적어 가면 의사가 감별 진단을 할 때 유용한 정보가 된다.

▲ 가족력도 적어두는 게 좋다. 부모나 형제 중 기분 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지, 또는 진단 없이도 기분 기복이 심했던 사람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메모해두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이미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데 복용 후 기분이 갑자기 너무 좋아지거나 잠이 거의 필요 없어지는 변화가 생겼다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항우울제가 조증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약 조정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분야는 환자가 증상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다. 진료실에서 증상을 축소하거나 ‘별거 아닌 것처럼’ 표현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증상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양극성장애를 우울증으로 오진받았을 때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분 안정제 없이 항우울제만 처방받으면 조증 삽화가 유발되거나 삽화 빈도가 증가하는 급속순환형으로 악화될 수 있다. 치료 방향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Q2) 양극성장애 진단은 보통 어느 과에서 받나요?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에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진다. 초기에는 일반 내과나 신경과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기분 삽화 이력과 정신 상태 평가가 필요하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Q3) 경조증이 있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면 치료가 필요한가요?

경조증 상태에서는 활력이 넘치고 기능이 오히려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면 조증이나 심한 우울 삽화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경과를 추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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