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항히스타민제 노인 장기 복용, 치매 위험 논문으로 검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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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라고 밝힌 사람의 SNS 글이 최근 화제였다. 부모님이 감기약을 상비약처럼 쌓아두고 수시로 드시는 걸 말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로 제시된 건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노인이 오래 먹으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문장이다.

겁부터 나기 쉬운 주장이지만, 이런 이야기일수록 실제 논문을 열어봐야 한다. 이 글은 해당 주장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진 국제 학술지 논문 두 편과 노인 처방 가이드라인을 직접 확인해 어디까지가 근거이고 어디부터 과장인지 정리했다.

SNS 주장과 항히스타민제의 기초

항히스타민제는 몸속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을 줄이는 약이다. 종합감기약과 알레르기약, 일부 수면유도제에 흔히 들어간다.

여기서 말하는 1세대는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 같은 성분이다. 지용성이라 뇌로 가는 혈관 장벽을 잘 통과하는데, 이 과정에서 항콜린 작용(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효과로 졸음, 입마름, 변비, 소변 지연, 인지 저하를 함께 일으킬 수 있다)이 강하게 나타난다.

2세대인 로라타딘, 세티리진, 펙소페나딘 등은 분자 구조를 키워 뇌 통과를 줄인 약이다. 졸음과 항콜린 작용이 1세대보다 훨씬 약하다. SNS 글이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1세대 성분이다.

노인 치매 위험을 들여다본 대규모 연구 두 편

이 주장의 뿌리가 되는 논문은 주로 두 편이다. 둘 다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렸고, 항히스타민제 자체가 아니라 항콜린 작용이 있는 약물 전체의 누적 사용량과 치매 발생을 추적했다.

첫 번째는 그레이(Gray SL) 등이 2015년 발표한 ACT 코호트 연구다. 65세 이상 3,434명을 평균 7.3년 추적하며, 최근 10년간의 항콜린제 처방 기록을 표준화 일일 용량으로 환산해 누적 노출량을 계산했다. 가장 흔히 쓰인 항콜린제는 항우울제, 1세대 항히스타민제, 방광 과민성 치료제였다.

결과는 용량-반응 관계로 나타났다. 누적 노출량이 가장 많은 군(약효 용량 기준으로 3년 넘게 매일 복용한 수준)의 치매 위험비는 노출 없는 군 대비 1.54배(95% 신뢰구간 1.21~1.96), 알츠하이머병만 보면 1.63배(1.24~2.14)였다. 반면 90일 이하 단기 노출군은 위험이 오르지 않았다.

두 번째는 커플랜드(Coupland CAC) 등이 2019년 발표한 영국 사례-대조군 연구다. 치매 진단을 받은 55세 이상 5만 8,769명과 대조군 22만 5,574명의 최근 1~11년 처방 기록을 비교했다.

전체 항콜린제 누적 노출이 가장 많은 군의 오즈비(odds ratio, 특정 노출이 있었던 집단과 없었던 집단에서 질병 발생 확률의 상대적 비율)는 1.49배(1.44~1.54)로, 그레이 연구와 방향이 일치했다.

연구 설계와 대상 전체 항콜린제 최고 노출군 위험도 항히스타민제만 따로 본 결과
그레이 2015 (JAMA Intern Med)전향적 코호트, 65세 이상 3,434명, 7.3년 추적치매 위험비 1.54배 (1.21~1.96)별도 분석 없음(항우울제 vs 나머지 약물군으로만 구분)
커플랜드 2019 (JAMA Intern Med)사례-대조군, 치매 환자 58,769명 대 대조군 225,574명오즈비 1.49배 (1.44~1.54)오즈비 1.14배 (0.98~1.34),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항히스타민제만 떼어보면 신호가 약해진다

여기서부터가 SNS 글이 짚지 않은 부분이다. 커플랜드 연구는 항콜린제를 항우울제, 항파킨슨제, 방광 항무스카린제, 항정신병제, 항경련제, 항히스타민제 등 약물군별로 나눠 따로 분석했다.

항우울제(오즈비 1.29), 항파킨슨제(1.52), 항정신병제(1.70), 방광약(1.65), 항경련제(1.39)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 증가를 보였다. 그런데 항히스타민제만 놓고 보면 오즈비 1.14로,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위장관 진경제 등 다른 몇몇 약물군도 마찬가지였다.

즉 “항콜린 작용이 있는 약을 오래 많이 쓰면 치매 위험이 올라간다”는 큰 흐름은 두 연구 모두에서 확인되지만, 그 안에서 항히스타민제만 따로 떼어 낸 신호는 다른 약물군보다 약하다. 그레이 연구도 항히스타민제 단독 위험비를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
이 관찰 연구는 연관성을 보여줬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Coupland et al., JAMA Internal Medicine 2019 →

연구진이 직접 이렇게 못박은 이유가 있다. 관찰 연구는 약을 처방받은 사실과 실제로 복용했는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치매 초기 증상(불면, 불안)을 완화하려고 항콜린제를 먼저 쓰다 보니 인과관계가 거꾸로 보일 위험도 있다. 두 연구 모두 이 점을 한계로 명시했다.

그래도 국제 처방 가이드라인은 회피를 권고한다

항히스타민제 단독 신호가 약하다고 해서 안심할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노인병학회가 만드는 노인 처방 지침인 비어스 기준(Beers Criteria, 65세 이상에게 위험이 이득보다 클 수 있는 약물을 정리해 매년 갱신하는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은 2023년판에서도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회피 대상으로 유지했다.

이 판단은 치매 하나만 근거로 삼은 게 아니다. 노인은 약물 대사가 느려지고 뇌혈관 장벽 투과성이 높아져, 같은 용량이라도 젊은 성인보다 혼돌·낙상·섬망(급성 정신착란)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축적된 임상 근거가 함께 반영됐다.

실제로 약물별 항콜린 작용 강도를 매기는 항콜린 인지 부담 척도(ACB, Anticholinergic Cognitive Burden Scale)에서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 독시라민, 하이드록시진은 모두 최고 등급인 3점을 받는다. 이 척도에서 총점 3점 이상은 노인의 인지 저하, 낙상, 섬망 위험과 연관된 수준으로 본다.

CAUTION
2023 비어스 기준, 65세 이상 1세대 항히스타민제 “회피” 권고
근거 수준 중등도, 권고 강도는 강함으로 분류된다. 사유는 강한 항콜린 작용, 고령에서 느려진 약물 배출, 혼돌·입마름·변비 위험이다. 다만 심한 알레르기 반응의 응급 처치처럼 대체할 약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디펜히드라민 사용이 적절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정리하면 항히스타민제 하나만 놓고 본 치매 통계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노인에게 이 성분을 피하라는 처방 지침 자체는 치매와 무관하게도 이미 확고하다.

단기 복용과 노인, 보호자가 챙길 것

두 논문에서 위험이 뚜렷하게 나타난 건 매일 복용 기준 3년 넘게 이어진 누적 사용이었다. 감기 걸렸을 때 며칠 먹는 정도는 두 연구 모두에서 위험 증가가 나타나지 않은 구간에 해당한다.

커플랜드 연구는 전체 항콜린제 노출이 치매 발생의 약 9~10%를 설명한다고 추정했다. 상대위험은 1.5배 안팎으로 커 보이지만, 이는 인구 집단 전체에 적용한 수치이고 개인 한 명의 절대적인 위험 증가폭은 이보다 작게 해석해야 한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항히스타민제 안전사용 매뉴얼도 같은 성분을 여러 제품으로 중복 복용하거나 장기간 이어 쓰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다만 이 자료는 졸음과 내성 위주로 다루고 치매 위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이 감기약이나 수면 보조제를 상비약처럼 쟁여두고 반복해서 드신다면, 성분표에서 클로르페니라민이나 디펜히드라민 같은 1세대 성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약사와 상담하는 게 먼저다. 알레르기 증상이 잦다면 졸음이 덜한 2세대 성분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약, 방광약처럼 다른 처방약도 항콜린 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항히스타민 성분이 수면과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보면 전체 항콜린 부담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약품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질환, 복용 약물, 신장 기능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감기약이나 수면 보조제를 장기간 복용 중이라면 중단이나 변경 전에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감기 걸렸을 때 며칠 먹는 것도 위험한가요?

두 연구 모두 위험 증가가 나타난 구간은 매일 복용 기준으로 몇 달에서 3년 이상 이어진 누적 사용이었다. 감기 기간에 며칠 먹는 정도는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구간에 속한다.

Q2) 이미 오래 항히스타민제를 드셔온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갑자기 끊기보다 다음 진료나 약국 상담 때 복용 중인 약 전체를 보여주고 항콜린 부담을 함께 점검받는 게 안전하다. 자가 판단으로 중단하면 원래 증상이 갑자기 재발할 수 있다.

Q3)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완전히 안전한가요?

1세대보다 뇌 통과가 적어 졸음과 항콜린 작용이 훨씬 약하지만, 사람에 따라 일부 졸음이 남을 수 있다. 완전히 위험이 없다기보다 상대적으로 노인에게 더 권장되는 선택지로 보는 게 정확하다.

Q4) 처방약에도 이런 항콜린 성분이 숨어 있을 수 있나요?

있다. 일부 항우울제, 방광 과민성 치료제, 어지럼증약, 근육이완제도 항콜린 작용이 있다. 여러 약을 함께 복용 중이라면 약사에게 전체 목록을 보여주고 항콜린 성분이 중복되는지 확인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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