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진단받으면 무조건 철분제부터 찾는다. 그런데 빈혈의 절반은 철분 부족이 아닌 다른 원인이다. 원인별 빈혈 종류와 철분제가 효과 없는 경우, 오히려 해가 되는 상황까지 의학 연구 기반으로 정리했다.
빈혈 원인 절반은 철분 부족이 아니다
어지럽고 피곤하면 주변에서 하는 말이 있다. “빈혈 아니야? 철분제 먹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국내 만 10세 이상 빈혈 유병률은 약 8~11%다. 가임기 여성은 11.5%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빈혈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철결핍성 빈혈은 전체 빈혈의 약 50%를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원인이다.
철분제가 안 듣는 빈혈도 많다. 만성질환성 빈혈, 비타민B12·엽산 부족으로 생기는 거대적아구성 빈혈, 골수 문제로 발생하는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대표적이다.
만성질환 빈혈에 철분제가 안 듣는 이유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빈혈 진단을 받았다고 하자. 자연스럽게 철분제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경우 철분제는 거의 효과가 없다.
왜 그럴까? 2019년 Frontiers in Physiology에 실린 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 Clara Camaschella 교수팀의 연구가 답을 준다. 핵심은 ‘헵시딘’이라는 호르몬이다.
만성 염증이 있으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된다. 이게 간에서 헵시딘 생산을 촉진한다. 헵시딘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 장에서 철분 흡수 차단 ▲ 저장된 철분의 혈액 방출 억제 ▲ 결과적으로 혈청 철 농도 감소
몸에 철분이 없어서가 아니다. 철분은 있는데 쓸 수가 없는 상태다. 철분제를 먹어도 장에서 흡수가 안 되니 효과가 없다.
혈액으로 못 들어감
갇혀서 못 나옴
못 쓰는 상태
철분제 과다 복용이 부르는 심각한 부작용
“일단 먹어보지 뭐”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철분은 과하면 독이 된다.
인체는 과잉 철분을 배출하는 기전이 없다. 하루 1~2mg 정도만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뿐, 나머지는 몸에 쌓인다.
철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펜톤 반응’을 통해 활성산소가 생긴다. 이게 장기를 손상시킨다. 대한혈액학회 자료에 따른 철 과잉증 합병증은 다음과 같다.
– 간비대 및 간경화 – 심부전과 부정맥 – 당뇨병 유발 – 갑상선 기능 이상
철분 하루 권장량은 남성 10mg, 여성 14mg이다. 크게 넘기면 위장장애부터 심각한 장기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 구분 | 철결핍성 빈혈 | 만성질환 빈혈 |
|---|---|---|
| 혈청 페리틴 | 감소 | 정상 또는 증가 |
| 총철결합능(TIBC) | 증가 | 감소 |
| 트랜스페린 포화도 | 감소 | 감소 |
| 경구 철분제 효과 | 있음 | 없음 |
| 주요 치료 | 철분 보충 | 기저질환 치료 |
빈혈 진단 후 반드시 원인 검사가 필요한 이유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서는 철결핍성 빈혈이라도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안내한다.
성인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에게 철결핍성 빈혈이 나타났다면? 반드시 위장관 출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변 잠혈검사,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 자신도 모르게 암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경구 철분제를 4~6주 복용했는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1g/dL 이상 안 오르면 ‘불응성 철결핍빈혈’로 본다. 진단이 틀렸거나, 흡수장애가 있거나, 어딘가에서 계속 출혈이 있다는 신호다.
빈혈 철분제 자주 묻는 질문
Q. 빈혈 증상이 있으면 철분제부터 먹어도 될까?
그렇지 않다. 어지럼증이나 피로감은 빈혈 외에도 여러 원인이 있다. 자가진단으로 철분제를 복용하기보다 혈액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맞다. 빈혈이 확인되더라도 철결핍성인지 다른 유형인지 구분이 필요하다.
Q. 철분제 먹는데 변비가 심하다. 원래 그런 건가?
철분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복용한 철분의 80~90%는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나온다. 변이 검게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비가 심하면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제형을 바꾸는 것을 의사와 상담해볼 수 있다.
Q. 만성질환이 있는데 빈혈까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저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만성질환 빈혈은 헵시딘 호르몬 때문에 경구 철분제 효과가 미미하다. 필요시 정맥 철분 주사나 적혈구생성인자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나, 이는 전문의 판단 영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