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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간의 달리기 끝에 두드린 정신과 상담의 문

내가 직접 겪은 정신적 문제와 정신과를 찾아 상담까지 했던 기록들이다. 힘들었던 당시에도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끄적이는 행위는 작은 위안이 되었다.

내가 다시 살아나고 회복에 성공한다면 이 기록들은 같은 고민과 힘든 시기를 겪는 누군가에게도 한줄기 빛과 같은 처방전 노릇을 할 것이다. 반대로 버티고 버티다 끝내 극복에 실패하더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유용한 사례는 되겠지.

정신과

처음 두드린 정신과 상담의 문

날이 너무 좋았던 가을날. 아,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던 어느 날. 피폐해져 죽어가는 정신을 다시 살려볼 수 있을까 싶어 드디어 정신과의 문까지 두드리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우울증 겪는 사람도 많아서 정신과 상담이 그리 큰일도 아닌 시대이긴 하다. 하지만 내 경우는 분노조절장애를 넘어서 툭 건드리면 폭발해버리는 무너진 마음 상태 때문에 찾아간 것이니… 진짜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

그 전에 몇 차례 상담 센터 방문을 했지만 구구절절 내 사정 설명하느라 진만 빠지더라. 자세하게 털어놓는다고 마음이 홀가분해지거나 상담사 조언을 들어서 해결되는 것도 없었다. 결국 상담과 조언으로 되는게 아닌, 망가진 마음과 정신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으로 결론이 났다.

처음에는 정신과 치료라는 것도 내 정신적 문제가 뭔지 트라우마가 뭔지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이끌어주는 그런건줄 알았다. 왜 미드에서 의사에게 담담하게 털어놓으면 묵묵히 듣던 의사가 스스로 깨우치게 이끌어 주는 그런 모습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기대와 현실 차이

기대 : 의사와 담담하게 얘기를 나누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문제를 마주하고 용기를 얻어 다시 삶을 살아가는 회복의 과정

현실 : 발광하는 곰한테 마취총 쏘듯 그냥 약 먹어서 정신 가라앉히도록 처방

사실 처음 정신과 문을 두드린 시기에는 스스로 어느정도 극복하고 있는 상태였긴 하다. 당시에 매일 땀흘려 하는 운동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무너졌을 때는 달리기부터 해서 몸을 먼저 일으키고 정신도 바로 세우는 것이 기본이니깐.

운동을 하니 몸도 개운해지고 수면의 질도 올라가고 낮에 맑고 쌩쌩한 정신으로 보내면서 하루하루 기분도 꽤 괜찮았다. 결국 이걸로도 완전히 해결은 안됐지만 운동은 확실히 엄청나게 강력한 해결방법 중 하나라고 느꼈다.

그래도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겠다 싶어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건데 지금 생각하면 이건 또 다른 독이 었다.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정신과 진료였는데, 그 진료라는 것도 결국 신경 억제하는 약 먹으면서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라 다소 실망했다. 최후의 보루가 없어지니까 다시 다운되고 희망이 없는 느낌이 짓게 눌러왔다.

결국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해결해야

아 이게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게 아니구나. 결국은 지지고 볶던 뭐를 하던 스스로 이겨내던지 선택하던지 해야되는 거구나. 마지막 카드를 써버렸다는 실망 때문이었는지 한참을 잘 버티다 결국 또 폭발하고 고함과 물건 집어던지는 상태가 찾아왔다.

‘나 혼자 달리기하고 살려고, 이겨내보려고 열심히 발버둥치면 뭐하나 너는 도움은 커녕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일부로 긁으면서 끝장을 보려고만 하는데’

라고 생각하니 지난 번보다도 더한 짜증이 치밀어 오르면서 가슴 속에 열기가 빠르게 퍼져나간다.

1,2,3,4,5,… 10 원래는 이런 식으로 점점 화가 치솟았다면 이제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고있기 때문에 1,2 조짐만 보여도 바로 10으로 직행해버린다. 정도도 더 심해져서 이번엔 11로 직행 다음엔 12로 직행 이렇게 되풀이되는 식이다.

매번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만 당시에는 기댈 곳 잡을 곳이 없어 내면의 뜨거운 분노를 발산해버리는 것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그러면서 아 정말 몇 번 안 남았구나. 아니면… 마지막이 드디어 오늘 지금 이 순간 인건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포기해버릴 이유를 찾으면서 한편으로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보려는 희망을 또 찾고 있다. 이 정도 이유라면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나도 할 만큼 했으니까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동시에 아직 안해본 시도도 있긴 한데 하는데까진 해보자 하고.

오늘도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정신과 환자의 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