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소아뇌전증의 정의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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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 소아뇌전증, 한때는 ‘간질’이라고 불렸던 이 질환은 원인을 알 수 없이 발생하는 소아기 발작성 질환이다. 우리나라 뇌전증 유병률이 약 1%이며, 그중 20%가 20세 미만 소아 환자에 해당한다.

특발성이란 충분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뇌전증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다행히 대부분의 특발성 소아뇌전증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양성 경과를 보인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정상적인 성장 발달이 가능하며, 사회적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특발성 소아뇌전증이란?

특발성 소아뇌전증은 뇌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과흥분해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 중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뇌 피질에서의 비정상적이고 강렬한 흥분이 발작의 원인이 되며, 이는 뇌전도나 뇌자도 등 뇌파 기록 장치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국제뇌전증연맹에서는 유발 요인이 없는 발작이 두 번 이상 발생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단, 한 번의 발작만 있더라도 재발 가능성을 임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뇌전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용어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2009년 6월 7일 대한간질학회에서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피하기 위해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용어를 변경했다. 이는 의학적 정확성보다는 환자들의 사회적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배려였다.

특발성 소아뇌전증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에 따른 자연호전이다. 과거 ‘양성(benign)’ 또는 ‘특발성(idiopathic)’ 국소 뇌전증이라고 불렀던 질환들은 현재 자연호전 국소 뇌전증(SeLFEs)으로 수정되어 이들의 자연경과와 임상적 표현형을 더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주요 특발성 소아뇌전증 증후군들

소아기에 발생하는 특발성 뇌전증은 여러 증후군으로 분류되며, 각각 고유한 특징과 예후를 가진다.

중심관자극파를 동반한 양성소아뇌전증(양성롤란딕 뇌전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4-13세 사이에 발생하며 주로 수면 중에 발작이 나타난다. 한쪽 입주위의 씰룩거림 같은 짧은 간대경련이나 언어정지, 침흘림, 안면감각이상 등 주로 안면부에서 시작되는 발작이 특징이다.

간혹 이차전신경련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항뇌전증약에 매우 잘 반응하며, 10대 후반 이후 완전히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 소발작뇌전증은 4-10세의 정상 소아에서 발병한다. 하루에도 수회에서 수십 회 정도 빈번하게 소발작이 발생하며, 여아에서 상대적으로 흔하다. 약 5-15초 정도 지속되는 의식 소실이 주된 증상으로, 조짐이나 발작 후 증상 없이 잠깐 동안 의식을 잃는다. 뇌파에서는 특징적인 3Hz spike & wave complex가 관찰된다.

후두부 발작파를 동반한 소아뇌전증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조기 발병형인 파나요토풀로스형은 주로 야간에 발생하며 안구의 강직성 편위와 구토가 특징이다. 후기 발병형인 가스토형은 평균 8세경 발병하며 시각 증상으로 시작되는 발작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이들 증후군의 공통점은 대부분 항경련제에 잘 반응하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약 70-80%의 경우 한 가지 항경련제로 조절이 되어 약 2-3년간 치료 후 약물을 중단할 수 있다.

특발성 소아뇌전증 주요 증후군

양성롤란딕뇌전증

발병연령: 4-13세
특징: 수면 중 안면 발작
예후: 10대 후반 자연소실

소아 소발작뇌전증

발병연령: 4-10세
특징: 하루 수십회 의식소실
성비: 여아에서 흔함

후두부뇌전증

발병연령: 1-19세
특징: 시각증상으로 시작
비율: 비열성발작의 0.3%

원인과 위험인자 분석

특발성 소아뇌전증의 원인은 정의상 명확하지 않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여러 위험인자들이 밝혀지고 있다.

연령별로 원인의 분포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출생부터 6개월까지는 분만 전후의 손상, 뇌의 발달이상, 선천성 기형, 중추신경계 급성 감염이 주된 원인이다. 6-24개월에는 급성 열성경련, 중추신경계의 급성감염이 추가된다. 2-6세와 6-16세에서는 특발성 원인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유전적 요인의 역할도 점차 밝혀지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기법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로 뇌전증이나 발달장애를 갖게 되는지 간단한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가족력도 중요한 위험인자다. 열성 경련의 경우 약 50%에서 가족력이 발견되며, 이러한 경우 오히려 좋은 예후를 시사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뇌의 병리적 변화 ▲뇌손상 ▲유전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MRI로 병리적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은 새로 뇌전증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10-30%이지만,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는 60% 정도로 높아진다.

특발성 소아뇌전증은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 다형성 장애로 여겨진다. 저문턱 T형 칼슘 채널이 핵심 기전으로 작용하는데, 이 채널들이 시상 신경세포에서 높게 발현되어 리듬성 폭발 발화에 기여한다. 이들 채널의 과활성화가 극서파 방전의 생성과 유지를 뒷받침한다고 여겨진다.

증상과 진단 방법

특발성 소아뇌전증의 증상은 발작 유형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증후군별 특징적인 증상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양성롤란딕뇌전증에서는 침을 흘리고, 항상 밤에 발생하며 입이나 한쪽 팔을 씰룩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2-14세 사이의 신경학적 이상이 없는 건강한 소아에서 발생하며, 주된 증상은 잠이 든 직후나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한쪽 얼굴이나 입 주변의 감각이상이나 경련을 호소한다.

소아 소발작뇌전증은 5-10세 여아에서 많이 나타난다. 조짐, 자동증, 발작 후 증상 없이 잠깐 동안 의식 소실이 발생한다. 약 5-15초 정도 지속되며 많은 경우 하루에 수십 회씩 나타난다. 과호흡이나 빛 자극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후두부뇌전증에서는 발작이 급작스럽게 발생하며 3분 미만으로 지속된다. 90% 가까이 되는 환아가 국소 발작만을 경험하며, 낮은 비율로 양측 강직간대발작이 발생한다. 시각 증상으로 시작되는 것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진단에서는 뇌파검사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약 스무 개의 전극을 아이의 머리 위에 붙이고 1시간 정도 진행하며, 뇌의 여러 부위에서 전기 신호를 확인한다. 각 증후군마다 특징적인 뇌파 소견이 나타나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혈액검사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기법이 도입되어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소아신경과, 임상유전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검사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영상검사로는 뇌 MRI를 시행할 수 있지만, 임상적으로 확실한 양성 부분 뇌전증 및 특발성 전신 뇌전증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다만 다른 증후성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증후군발병연령주요증상뇌파소견예후
양성롤란딕뇌전증4-13세수면 중 안면발작중심관자극파10대 후반 소실
소아 소발작뇌전증4-10세하루 수십회 의식소실3Hz spike-wave60-70% 사춘기 소실
후두부뇌전증(가스토형)8-9세시각증상으로 시작후두부 극파50-60% 자연호전

치료법과 예후

특발성 소아뇌전증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첫 번째 발작 후 치료 방침은 신중하게 결정한다. 이전에 건강하던 소아가 처음 비열성 발작을 한 경우 가족력이 없고, 신경학적 검사와 뇌파가 정상이라면 항경련제 치료는 일반적으로 보류한다. 이 경우 더 이상 발작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2회 이상 비열성 발작이 있는 경우에는 발작이 지속되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1년 이내에 2회 이상 긴장간대 발작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선택은 발작의 형태에 근거한다. 소아 소발작뇌전증에서는 에토석시마이드가 1차 치료제로 권장된다.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453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에토석시마이드와 발프로산이 16주 치료 후 발작 자유도에서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에토석시마이드가 주의력 부작용의 발생률이 더 낮았다.

일반적으로 모든 뇌전증 환자를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처음 진단을 받은 후 한 가지 약제로 완치가 된 경우는 45%, 여러 약제를 복합 요법으로 한 경우 55-65%에서 완치가 되었다. 전체를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소아에서 전반적인 치료 성적이 조금 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수술 치료, 미주신경자극술, 케톤 생성 식이요법 등이 사용된다. 케톤 생성 식이요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치료법으로, 지방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케톤이 발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2019년부터 뇌전증 환자의 의료용 대마 사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대마에 포함된 CBD가 뇌전증 발작과 경련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2021년부터는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발성 소아뇌전증 치료 성공률

  • 한 가지 약제로 완치 – 45%
  • 여러 약제 복합요법으로 완치 – 55-65%
  • 소아에서 전체적으로 더 양호한 치료 성적
  • 약 70-80%에서 한 가지 항경련제로 조절 가능
  • 2-3년간 치료 후 약물 중단 가능
  • 약 20-30%는 난치성으로 진행

생활관리와 예방책

특발성 소아뇌전증 환자와 가족에게는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전증이 있으면 지능이 낮거나 학습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많이 오해하지만, 선천적으로 대뇌기능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뇌전증 자체에 의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치료약을 매일 2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규칙적인 약물 복용이 치료의 핵심이다. 많은 뇌전증 학생들이 꾸준히 약을 먹고 성실히 일상생활을 하며, 뇌전증이 없는 또래와 차이 없이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원하는 일을 하고 지낸다.

응급상황 대처법도 알아두어야 한다.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경련에 의해 뇌 손상이 초래되는 경련 지속 상태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응급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한다. 환자를 옆으로 눕혀 혀가 기도를 막지 않고 숨쉬기 편하게 해야 하고, 입안의 내용물에 의해 질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보호자의 신뢰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뇌전증의 35% 정도는 난치성이기 때문에 약을 먹는데도 발작이 계속되면 부모로서는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소아뇌전증을 다뤄온 경험에 비춰보면, 주치의를 믿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쪽의 결과가 훨씬 좋다.

🚨 응급상황 대처법

발작 중 해야 할 일:
• 환자를 옆으로 눕히기
• 기도 확보하고 질식 방지
• 주변 위험물 제거
• 발작 지속시간 확인
5분 이상 지속시 응급처치:
• 즉시 119 신고
•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
• 민간요법(손발 따기 등) 금지

최신 연구동향과 미래 전망 💡

특발성 소아뇌전증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진단 분야에서는 2017년부터 유전자 돌연변이를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로 뇌전증이나 발달장애를 갖게 되는지 간단한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유전자 치료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유전자 치료제는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종양 살상 바이러스,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밀의학 접근법도 도입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단백질체, 대사체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패러다임이 특발성 소아뇌전증 치료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소침습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가 부족한 난치성 뇌전증에도 적용되고 있다. 정밀하게 설계된 전자장치가 정확하게 전기신호를 뇌에 보내 환자의 반응에 따라 치료 방법을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들도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진단검사의학과, 소아신경과, 임상유전과가 협력하여 가장 적극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식이요법은 이미 오래전에 틀을 잡아서 의사가 처방을 하면 영양팀에서 정교한 식단을 준비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미래에는 더욱 개인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약물을 미리 예측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다.

나이가 어려서 시작해서 사춘기쯤 되면 없어지는 특발성 소아뇌전증은 천식처럼 잠깐 어려움을 겪을 뿐,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인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소크라테스, 시저, 나폴레옹, 바이런,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등은 모두 뇌전증 환자였다. 현재의 과제는 난치성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느냐는 것이며, 수술이든 식이요법이든 장치 이식이든 약이든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길을 찾는 노력이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발성 소아뇌전증은 더 이상 두려워할 질병이 아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가족과 사회의 이해와 지지가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올바른 인식,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치료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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