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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률 감소에 달리기보다 걷기가 효과적? 팩트체크

공원을 지나가다가 산책길 안내도에 걷기의 효능이 씌여있는 것을 보았다. 눈길을 끈 것은 달리기보다 오히려 걷기가 운동 효과가 더 좋다고 강조해놓은 부분이었다. 아니 그게 정말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어서 직접 논문을 뒤져가며 팩트체크를 해보았다.

달리기보다 걷기가 살빼는데 효과적이라는 공원 게시판

걷기가 달리기보다 낫다?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면 지방에서 에너지를 뽑지 않고 혈당에 있는 비상에너지를 급히 써버려서 운동후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찾게 된다. 규칙적인 걷기는 에너지 공급의 불균형 없이 지방세포의 소모를 높인다.

달리기와 걷기로 똑같이 체중 1.5% 감량했을 때 달리기는 체지방률 -6.0% 인데 반해 걷기는 -13.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써있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달리기가 훨씬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할텐데 설렁설렁 걷는게 오히려 살이 잘빠진다는 말인가? 직관적인 납득이 힘들어서 구글링을 해보았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실험논문 결과

  • 규칙적인 달리기 33000명 vs 걷기 15000명 6년관찰
  • 달리기 : 고혈압 4.2%↓ 고콜레스테롤 4.3%↓ 당뇨병 12.1%↓ 심혈관질환 4.5%↓
  • 걷기 : 고혈압 7.2%↓ 고콜레스테롤 7.0%↓ 당뇨병 12.3%↓ 심혈관질환 9.3%↓
  •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달리는 것 못지않게 심장병 3대요인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위험 낮출 수 있다. 
  • 하루 1만보 꾸준히 걸을 시 여자 4.6년 남자 4.1년 젊은 효과

아마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걷기가 달리기보다도 좋다고 알려진 내용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앞뒤 다 짜르고 “걷기가 달리기보다 살빼는데 낫다” 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걷기 효과의 조건

첫번째는 걷기 운동을 하려면 빨리, 그리고 오래 해야한다는 점, 두번째는 달리기를 할 여건이 안되는 경우에 차라리 걷기라도 해라라는 것이다.

걷기와 달리기 에너지 소모량

성인 남자가 30분 달리기를 하면 300kcal가 소모되는데, 이를 걷기로 빼려면 운동시간 두배 즉 1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 1시간도 설렁설렁 산책이 아니라 빠른 걸음으로 팔도 힘차게 저으면서 걷는 파워워킹을 할 때의 이야기이다.

주변에 보자 살빼야지 하고 설렁설렁 유튜브 보면서 20분 깨작깨작 걷는 사람이 다이어트 성공하는걸 본적이 있던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단기간에 확실하게 식이조절과 강도높은 운동을 병행한 경우뿐이다. 

1시간동안 걷기와 달리기 열량 소모

런닝머신 해봤으면 알겠지만 시속 6km면은 굉장히 빠르게 걷는 속도이다. 그정도로 1시간 걸어야 30분 가볍게 달리기랑 비슷하게 칼로리 소모가 된다. 이런 구체적인 수치를 빼고 무작정 걷기가 달리기보다 낫다고 하는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걷기 효과 오해의 시작

이 오해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찾아보니 헬스조선 기사가 그 시발점인 듯 하다.

자신이 2003년에 쓴 파워워킹 기사 덕분에 사람들에게 걷기 열풍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걷기 전도사로써 뿌듯하다는 내용이다. 본인이 척추가 안좋아서 걷기를 주로 하는 입장이니까 애초에 그쪽에 초점을 맞춘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도 있다.

여기에서 임효준 기자의 근거는 두가지이다.

1) 달리기를 많이 할 여건이 안되는 사람은 걷기를 꾸준히 하는게 현실적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뭐 당연한 소리다. 관절이 안좋거나, 아니면 30분 1시간씩 뛸 체력이 없는 사람도 걷기는 할 수 있으니까 차라리 걷기라도 해서 운동하라는 거지. 그렇다고 이게 걷기가 더 운동효과가 좋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건 어폐다.

2) 달리기하면 탄수화물이 더 많이 소모되는데 걷기를 하면 지방이 많이 빠져서 뱃살빼는데 효과적이다. 이것은 달리기 걷기의 문제가 아니라 최대 심박수의 몇% 선으로 운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대 심박수의 50% 수준 속보에서는 지방:탄수화물=50:50 최대 심박수 75% 수준에서는 지방:탄수화물=33:67로 빠진다는 것이다.

매우 그럴싸한 이야기이다. 이것만 봤을때는 적당한 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것이 지방 연소에 더 효과적이라 걷기가 낫다고 생각될 수 있다. 글 맨 위에 공원에서 찍은 사진에 있는 내용도 이걸 근거로 써놓은 것 같다.

지방연소 최대심박수의 오해

여기에도 곡해의 소지가 있는게 보통 이런 연구는 비만이 심한, 환자 수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목적으로 의학계에서 진행된 연구라는 점이다. 그냥 일반인에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다.

햄버거처럼 몸집이 뚱뚱한 고도 비만인 사람은 당연히 운동할 수 있는 심박수강도가 한계가 있고 체지방률이 높으니까 최고 연소효율을 보이는 운동강도도 일반인보다 낮다.

  • 뉴트리션 섭취를 제한하는 low carb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글리코겐이 주도적으로 연소되는 높은 심박수대 유산소운동이 기본적으로 불가능. 글리코겐을 보존하고 지방을 연소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
  • 고도 비만인 경우 젖산역치 심박수가 최대의 70% 수준에서 발생. 활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85~90%에서 발생하여 신체조건 자체가 다름. 운동부족, 비만인 사람은 높은 심박수대의 운동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자 그럼 저런 문제있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건장하고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이고 활발히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최대심박수 70~80% : 탄수화물 50~85%, 지방 40~60%, 1시간 칼로리 소모 660kcal
최대심박수 60~70% : 탄수화물 25~50%, 지방 50~70%, 1시간 칼로리 소모 480kcal
최대심박수 50~60% : 탄수화물 10~25%, 지방 70~85%, 1시간 칼로리 소모 320kcal

<시간당 지방 연소량>
최대심박수 70~80%  : 264~396kcal
최대심박수 60~70% : 240~336kcal
최대심박수 50~60% : 224~272kcal

그렇지, 이거다. 정상적인 건장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 이렇게 ‘당연하게’ 운동 강도에 따라 에너지 소모량이 비례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당연하고 자명한 결과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또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심박수 80% 수준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여 높은 강도로 지방도 연소시키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3일을 하면 건강한 신체유지, 4일을 하면 체중감량, 5일을 하면 체력향상이 된다. 바쁜 현대인에게 걷기 1시간 보다 강도높은 운동으로 효율을 올리는 게 효과적이기도 하고.

무턱대고 어디서 무슨 연구결과 나왔대드라 하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받아들인 무지몽매한 결과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잘못된 오해를 불러왔는지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추가로 이런 논문도 한번 찾아봤는데

달리기 걷기 비교한 논문의 실험 대상자

논문 출처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067491/

보면 애초에 연령대 자체가 다르다. 달리기는 평균 48세이고 걷기는 평균 61세한테 시켜서 결과를 비교했다. 게다가 애초에 시작하는 BMI 지수도 다르니 당연히 처음부터 뚱뚱한 사람이 체중감소 많이될 것이고 다이어트 효과가 높은 것처럼 나타났겠지.

운동량이 활발하고 고강도 활동이 가능한 20대, 30대 남녀를 대상으로 걷기만 하는 경우, 걷기 + 달리기 하는 경우, 달리기만 하는 경우 나눠서 같은 조건에서 비교를 했어야 맞다. 위에 인용한 결과처럼.

어디서 논문 하나 발표되면 무턱대고 퍼날라서 뉴스로 뿌려지고 여과없이 믿다보면 이렇게 잘못된 상식이 퍼질 수 있구나 알게 해준 좋은 사례였다. 상식적으로 걷는게 뛰는것보다 살이 잘 빠진다는 게 말이 돼? 의문만 한 번 가졌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