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정말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싸이코패스 소설 작품이었다. 뭣도 모르고 e-Book 대여해서 봤는데, 알고보니 전세계 18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 유명한 베스트셀러였네.
이야기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평범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공항의 법칙이란, 공항의 대합실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비밀이나 개인사를 스스럼없이 터놓게 된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술을 한 잔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두 사람. 알고보니 같은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고 자리를 바꾸어 나란히 앉아 더 깊은 대화를 나눈다. 살인을 들키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완벽하게 계획해온 주인공 릴리.
하지만 그런 그녀 또한 테드를 만나고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것을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오른다. 세상에 자신과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단 한사람. 그 한 사람만 있다면 이렇게 고독하고 외롭지 않을텐데..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갈수록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과 반전이 치밀하게 조여오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살인자의 기억법, 스토커, 나를 찾아줘 처럼 싸이코패스의 성장기와 내적 심리묘사가 굉장히 잘 되어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단순히 싸이코패스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살인할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제시하며 독자를 시험한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을 때, 또 죽이고 절대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어떻게 당신은 하겠는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싸이코패스, 살인에 대한 당위성, 그리고 또 한가지 매력포인트는 잘 설계된 스토리이다. 현재와 과거, 여러 인물의 시점을 넘나들며 재미나게 풀어낸 그야말로 소설다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원제는 The Kind Worth Killing인데, 직역하면 가치가 있는 살인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번역을 정말 잘한 것 같다. 번역은 노진선이라는 작가인데, 영어권 작품을 잘 읽히도록 생생하게 옮겨놓았다. 역시 번역은 외국어보다 모국어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읽을 때 마치 영화를 염두하고 쓴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역시나 현재 영화화도 결정되어 제작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후로 10년째 봉착 상태로 2024년 현재까지 진전된 것이 없다.)
폴란드 감독 아그니에슈카 홀란드(Agnieszka Holland)가 메가폰을 잡고, 여주인공 릴리 역에 엠버 허드 (Amber Heard)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이다. 해당 뉴스 페이지의 댓글들을 보면 상당히 우려하는 내용들이 많다.
엠버 허드 누군지 작품을 본 적은 없는데, 조니뎁, 엘론 머스크 등 유명인사와 숱한 열애설을 뿌린 걸로만 기억한다.
소설속의 릴리는 깡마르고 붉은 머리로 묘사되어서 나도 이런 금발의 글래머가 어울릴까 싶긴 하다. 뭐 머리야 염색하고 찍으면 되긴 하지만… 가상캐스팅 투표에 있는 Elyse Dufour 라던지 붉은 머리 여배우들이 훨씬 잘어울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