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길고 어려운 제목의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전 지식 없이 로맨틱 코미디 괜찮겠다 싶어서 골라서 봤는데 약간 똘끼로맨틱이라고 해야되나 ㅋㅋ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과 유머러스한 씬들이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통통튀는 영화였다. 문득 든 생각인데 로맨틱 영화의 스토리 잡는것도 식상하지 않게 하려면 참 어렵겠다 싶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순전히 남녀주인공의 캐릭터 연기로 빛을 발한 영화인데, 남자 주인공인 팻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참지 못하는 경향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나도 분노조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적이 떠올라서 보면서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예전에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분을 이기지 못해 불륜남을 반 죽일때까지 패놓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직장이었던 학교의 고참 선생님이었으니 더욱 빡칠만하지.
그러나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날뛰는 팻의 행동에 끝내 이혼까지 이르게 되고 강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후에도 (EX) 아내에게 법정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져서 만나지도 못한채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녀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둥 빨리 마음을 전한다는 둥.. 차암 찌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주인공 티파니는 (전 아내 아님) 남편을 사별하고 충격을 이기지 못해 다니던 직장의 모든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 또한 어이없는 행동인데, 이렇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서로 상처와 문제를 안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나서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담백하게 그려낸다.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인데 흑발로 하니까 동유럽 풍의 미녀같이 생겼다. 좀만 더 말랐으면 소피 마르소 필도 살짝 났을법하넹. ㅋ
그래도 제니퍼로렌스 하면 역시 헝거게임이긴 하지…
이렇듯 평범하다 못해 뭔가 모자란 마음상태를 지닌 두 남녀는 우연히 저녁초대에서 만나서 서로를 알게 된다.
“예쁘네요.”
“고마워요.”
“꼬시는 거 아니에요.”
처음 건네는 대화부터 뭔가 엉뚱한가 싶더니
티파니는 밥상머리에서 언성을 높이며 얘기하다가 언니에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버린다. 뭔가 이 두사람을 보면 공통점이 보통사람하고 어울리기 어려운 모난 구석이 있다. 똘끼라고 해야하나,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안맞을 듯 이상한 캐릭터끼리 풀어나가는 갈등이 영화의 포인트다.
영화볼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문득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무슨 뜻인가 해서 찾아봤다. Silver Lining Playbook. Lining은 원래 옷의 안감을 뜻하는 단어인데 Silver Lining은 구름의 가장자리에 빛나는 흰 부분을 가르킨다고 한다. 그래서 고진감래, 전화위복 같은 ‘밝은 희망’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단어가 들어간 말로 미국 속담중에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이라는게 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정도가 되겠군.
Playbook은 미식축구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작전이 그려진 책을 말한다. 즉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희망의 작전’ 정도가 될까. 어둡고 바닥같은 상태에서도 한줄기 빛이 열리는 방법이 있다는, 영화속 남녀주인공의 상태를 반영해주는 적절한 단어라고 볼 수 있겠다.
티파니는 땀복 대신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조깅을 하는 팻에게 따라붙으며 관심을 표시한다. 그러다가 영 시원치가 않자 그녀가 택한 방법은, 접근금지 명령 때문에 아내에게 연락할 수 없는 팻을 위해 편지를 대신 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대신에 자기의 부탁도 하나 들어달라고 한다.
그 부탁이란 뭔고 하니 바로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고 싶은데 파트너가 되어 달라는 것. 팻 벙찜 ㅋㅋㅋㅋ 하지만 아내를 향한 집념으로 (무서워 ㅠ) 티파니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로 하고 둘은 매일 같이 연습을 시작한다.
춤을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가 꽤 많이 있다시피, 춤은 호흡을 함께하고 자연스런 스킨쉽을 통해 친밀해지는 매우 좋은 수단이 된다. 팻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지만 내면에서는 티파니라는 여자의 진솔함에 조금씩 끌려가게 된다.
사실 끌릴 수 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지. ㄷㄷㄷ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결국 댄스대회까지 함께하게 되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 똘끼→유머→로맨스의 구도로 펼쳐지는 시나리오.
본문에 다 적지는 않았지만 정말 두 캐릭터가 너무 엉뚱하고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이 장면이 제일 어이없어서 생각남.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자고 해서 여자가 차려입고 나왔는데 씨리얼 시켜서 우유 말아먹는 너란 녀석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남녀주인공 외에도 럭비광인 아버지의 미신신봉 에피소드하며, 중간중간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아서 재밌음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크.. 이정도 캐릭터 살렸으면 받을만 하지. 그나저나 머리색에 따라서 분위기가 어쩜 180도 달라지넹;;;
우리나라 사람이 금발 염색하는 건 그냥 멋부리는거 같은데 서양사람이 머리색을 바꾸면 인종까지 바뀌는 느낌이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