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던 두 순간을 꼽으라면, 썩어 문드러진 사랑니가 가져다준 치통, 그리고 어깨 석회성건염 때문에 밤잠을 설쳤던 고통이 되시겠다.
이 글은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힘줄 손상이 의심되는 증상을 겪은후, 어깨에 석회가 형성되어 극심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기록한 내용이다. 아파 죽겠어서 진통제 먹는 와중에도 틈틈히 작성해놓은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어깨부상 발단
D-DAY
시련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몇달동안 운동이라고는 거의 안하고 군것질만 매일같이 쳐묵쳐묵 하던 어느날, 체중계에 뜬 살면서 본 가장 큰 숫자에 충격을 받은 그날. 이런 돼지같은놈! 자책하며 갑자기 운동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안된다…)
원래 오랫만에 운동할때는 첫날 푸쉬업 30개 둘째날 60개정도 해서 몸풀고 그다음에 전력을 쓰는 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첫날부터 150개를 했다. (ㅄ짓 1) 스쿼트도 엄청하고 운동하다보니 신나가지고 허공에 막 잽잽 원투원투 펀치를 날려가며 집안에서 아주 쌩쇼를 떰
D+1일
다음날 역시나 온몸이 뻐근했고 특히 팔은 어깨높이 위로 안올라가졌다. 잠 잘못잤을때 목에 담걸려서 안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었다. 잠 잘못잤을때 목에 담걸려서 안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증상인줄 알았다 그때까지는…
운동으로 결리는건 운동으로 풀어야된다고 집에와서 또 푸쉬업을 했다. 침대에 발을 올리고 바닥을 짚어 하중을 실은 자세로 몇십개 (ㅄ짓 2)
어깨통증 시작
D+2일
아침에 팔의 상태는 전날과 같았는데 이때까지는 아퍼서 못견디거나 그런건 없었다. 그래서 또 풀어준다고 안움직이는데 스트레칭 하듯이 쭉쭉 땡겨줬다 (ㅄ짓 3) 물건을 나를일도 있어서 두손으로 머리높이까지 드는 작업을 조금 했다 (ㅄ짓 4)
그리고 오후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앉아있는데 가만히 있어도 팔이 저리면서 찌릿찌릿 아파오는 것이다. (상완쪽 근육부분) 마치 썩은니 뽑기전의 치통처럼 사람 신경쓰이게 하는 기분나쁜 통증. 견디기 힘들정도로 아프면서 기분도 우울해지고 매사에 집중도 안됐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오후에 병원을 방문 정형외과에서 정밀검사를 바로 한 것이 아니고 일반 의원을 간 것이어서 일단 약처방과 물리치료를 할테니 상태가 심해지거나 낫지 않으면 큰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근육이완제와 진통제, 파스를 처방해줬다.
물리치료는 핫팩으로 찜질하면서 전기패드를 붙여서 자극을 주고 초음파 장비로 겉에 문대는 방법을 시술해줬다. 받고 나니까 팔이 한 10%정도 나아진 느낌은 들었다. (단박에 느낄 정도의 호전은 없다) 통증은 진통제를 먹으니 조금 가라앉았다.
밤이 되니까 더 욱신욱신 아파와서 자다 깨기도 하고 수면의 질이 영 안좋았다.
D+3일
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기에, 아픈팔로 절대 움직이지 않고 생활을 했다. 요며칠간을 돌이켜보니 운동으로 뭉친 상태에서 풀어준다고 무리한 자극을 줘서 맛탱이가 간걸로 생각된다.
일단은 물리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상태를 보기로 결정 더 아파지거나 차도가 없으면 큰병원 가서 MRI를 찍던지 정밀검사를 하기로 사실 그럴일이 없이 적당히 쉬고 물리치료 해주는걸로 나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D+4일
쉬는날이라 집에만 쳐박혀서 쉬었다. 팔이 아파서 청소도 못하고 빨래도 못널고 설거지도 싱크대에 쌓여있다. 이런 만성통증은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고 힘들게 한다.
D+5~7일
약먹고 파스붙이고 물리치료받고 똑같은 나날을 보냈다. 망가진 근육이 회복되지 않아서 팔은 여전이 안올라가지만 가만있어도 견딜수 없이 아프던 통증은 좀 괜찮아졌다.
낮에 괜찮다가 밤에 잘때되면 더 아파오는 반복주기가 있음 나도 모르게 낮에 움직여서 데미지가 누적되고 밤에 아픈건가? 생각했는데 원래 어깨근육 질환의 증상이 밤에 더 아프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2주차
똑같이 물리치료를 받던 중 내가 파스붙인 자리에 전기패드를 붙이는데 이날은 약간 위쪽으로 어깨쪽에 붙여줬다. 거기에 전기자극 들어올때마다 팔 전체가 들썩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왜 응급환자 심장 안뛸때 전기충격가하면 몸전체가 투둥 하고 들썩이듯이 그런거처럼
전기충격이 관절부분에 강하게 들어가서 망가진건지 아니면 원래 어깨도 같이 망가졌었는데 이제 통증과 붓기 증상이 시작되는건지 이 때 이게 화근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이날부터 어깨근육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리치료 받던 초반에는 치료사가 여기저기 눌러보면서 아픈곳 말하랬는데 아픈데가 하나도 없었다. 팔을 들어올릴때만 근육에 통증을 느끼며 안올라갔고 겨드랑이 밑이나 어깨 주변을 눌러도 괜찮았다. 팔을 뒤로해서 열중셧도 되었다.
그래서 물리치료사도 힘줄이나 뼈 다친건 아닌거 같다고 했고 내가 스스로 느끼는 내몸 증상도 근육만 놀래서 뭉친게 확실했다.
그런데 이때쯤 어깨관절이 아프기 시작하면서는 겉에서 만져도 통증을 느꼈다. 속 안에서 뭐가 부어있거나 아니면 서로 부딪히면서 거슬리는 느낌. 열중셧이 안된다.
이번주엔 술을 한번 먹은적이 있는데 술때문에 더 부은건지 그다음날 너무너무 아팠다. 맨처음 아파서 못견디고 병원가고 진통제 먹었던 그날 수준 아 혼자 낑낑대다가 진짜 장애 남을수도 있겠다 싶어서 병원을 알아봄
먼저 증상을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보니 어깨충돌증후군 또는 회전근개파열이 유력했다.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도, 아니 수술을 권하는(?) 증상이라고 해서 식겁해졌다.
여러 동영상과 회전근개파열 뉴스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실제로 아파서 수술했던 사람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아보였다. 수술방법도 동영상으로 찾아보면 끊어진 근육 힘줄을 땡겨서 뼈에박은 심에 묶어서 달아놓는 굉장히 물리적인 방식이다.
인조인간 사이보그 되는거 아닌가 싶어 겁이 확 난다. ㅠㅠ
석회성건염 진단
3주차
이제는 한편으론 익숙하기도 하다. 원래부터 팔한쪽을 못썼던 장애인인것처럼…
날을 잡아서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동네 개인병원이라 예약이 필요없었다. 의사는 한명인데 규모는 생각보다 꽤 컸다. 카운터에만 간호사 두명에, 엑스레이 찍는 방사선사 그리고 물리치료실에도 두명 근무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이사람들 월급 다 주려면 얼마를 벌어야 될까 궁금했다.
어쩌다 아프게 되었는지 의사에게 열심히 설명을 했다. 말하다보니 내가 지금 아퍼야만 하는 이유를 의사에게 납득시키려는건가 운동을 과도하게 해서 죄송한 느낌이 들며 고해성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단 사진 찍어보자며 이각도 저각도로 엑스레이를 찍고 바로 다시 의사 진료실에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석회성건염 이란다. 엑스레이에 보이는 어깨관절 밑으로 이어지는 팔뚝뼈 옆에 이끼처럼 뭔가 자라서 붙어있는게 모르는 내가 봐도 딱 알겠다.
당시 엑스레이 사진을 확보해놓지 않아서 지금 없는데,
구글에서 shoulder x ray calcium deposit 검색해보면 석회성건염 이미지들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서 보이는 심한 수준과 비슷한 정도로 당시에 내 어깨에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석회성건염에 당장 특효약인 특별한 치료법은 없었다. 붓기 가라앉고 안아플때까지 기다렸다가 충격요법(?)으로 깨야된단다. 일단 약(근육이완제, 진통소염제 등)과 물리치료를 처방해주었다.
병원내에 물리치료실도 있어서 가서 받았다. 핫팩찜질을 하고 레이저로 삑삑 쏘는걸 했다. 물리치료실에서 나른~하게 누워있다보면 잠이 솔솔온다. 코골고 잤더니 간호사가 와서 자면 안된다고 깨웠다. (…)
통증은 점점 가라앉아서 가만있을때 아픈일은 이제 없다. 그리고 팔이 올라가는 각도나 어깨 돌아가는 정도도 눈에 띄지 않게 매일 아주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찝찝한건 어깨에 석회끼었다고 한 정형외과의 진단 외에 윗팔뚝근육 (상완이두근 상완삼두근 중 무엇) 어딘가도 분명 손상된거 같다.
왜냐면 처음 증상은 팔뚝 근육이 저리면서 안올라가는거였고 나중에 어깨가 부으며 안돌아가는 증상이 새롭게 나타났으니깐.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 사진상으로는 근육섬유는 잘 안보이던데 초음파를 찍자고 우겨서 팔뚝근육이나 인대 힘줄도 정확하게 확인할 걸 그랬다. 석회는 석회고 다른 근육이나 인대가 회복되려면 재활운동 해야되는지 궁금한데…
병원갈때마다 느끼지만 의사들은 딱 물어본것만 대답하고 먼저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이런저런 경우를 설명하는 일이 없다.
“어깨가 아픈데 통증과 증상을 보니 회전근개 중 극상근 파열이 의심스러워서 초음파를 찍어서 진단을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내가 의사한테 제안해야하나? 규모 큰 병원가면 쓸데없이 의사먼저 만난뒤 (30초 면담 내용 날짜잡아서 찍어봅시다 끝) 다시 날짜잡아서 또 가야되는 ㅄ같은 운영시스템도 진짜 마음에 안들고.
사람따라 달라지고 짜증나는 이런 의료분야는 빨리 진단과 수술 AI대체시대가 오면 좋겠다. 많은 환자 진료하고 수술하면서 빅데이터로 모으고 인공지능 발전시키면 사람보다 훨잘할듯.
석회성건염 치료와 회복
4주차
주말에 알람 안맞추고 늘어지게 푹 자니까 어느날 갑자기 급속도로 호전된게 느껴졌다. 석회가 있다는 부분의 붓기와 통증도 사라졌고 팔이 돌아가는 범위도 갑자기 엄청 늘어났다.
매일 한 2~3%씩 회복되다가 갑자기 80%가 쭉 돌아온 느낌이랄까? 지금이라면 팔굽혀펴기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마 그만해)
정형외과는 바빠서 못갔고 다음주에 한번 가봐야겠다. 엑스레이 찍어보면 석회성건염이 없어졌는지는 알 수 있겠지 팔근육은 거의 회복된 느낌이라 이제와서 초음파 찍어도 뭐 안나올거 같긴한데…
나의 자체 진단으로는 석회는 늦게 갑자기 발병했다가 시간지나면 갑자기 호전되고 팔근육은 무리한 운동으로 늘어나거나 파열까지 갔다가 서서히 회복된게 아닌가 싶다. 석회성 건염은 엑스레이 찍어서 나왔지만 팔근육은 지금이라도 초음파 찍어서 손상흔적을 봐볼까? 근육파열은 재발위험도 높다고 하니…
아무튼 회전근개파열인줄 알고 수술이나 재활치료로 최소 몇개월까지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회복이 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옷입을때 팔 위로 쭉 땡기면 약간 무리가 느껴지고 그밖에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돌아왔다.
5주차
어깨가 돌아가는 범위라던가 팔이 올라가는 수준은 이제 많이 회복이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딱히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그러나 손상되었던 속안의 근육섬유들이 모두 회복된 것은 아니다. 시험삼아 물건을 들고 팔을 앞으로 뻗어 들어보면 힘이 안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왼팔이 훨씬 세다.
병원을 한번 다시 가서 초음파검사로 근육을 찍어보던지 아니면 이제 아프진 않으니까 재활치료를 해야할지 완전히 100% 예전같은 상태로 회복하려면 뭘 더 해야하는지 알아봐야겠다.
6주차
평상시에 전혀 불편함을 못느끼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잘때 팔을 머리맡으로 올리고 잘 때가 있다. 이럴때는 아침에 약간 예전 아플때 느낌이 슬그머니 느껴지기도 한다.
시간이 없어서 아직 병원은 못갔는데, 뭐 지금와서 다시 찍어봐야 의미가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슷한 증상을 겪어본 사람들이 나중에 다시 아프기도 하고 잘못하면 1년도 간다고 겁을줘서 그냥 이대로 넘어가지말고 끝까지 확실하게 치료해야 할거같긴 하다.
얼추 두어달이 지나니까 일상 생활이 가능해지고 다시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했다. 결과적으로는 근육이나 힘줄이 끊어져서 재기불가한 부상은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게 잊고 몇달을 지냈지만 뭔가 속에서 완전히 100% 완치되지는 않은 느낌이 남아있다.
## 요약
- ① 초기증상 팔이 어깨까지도 안올라가고 상완근육에서 힘전달이 안되서 숟가락도 못드는 상태
- ②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엑스레이 촬영시 석회성건염 확인
- ③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 어느순간 갑자기 크게회복
정말 석회성건염 뿐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증상도 있었던건지 정확한 병명은 끝내 모르고 넘어갔다.
(※ 필자는 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므로 참고만 하시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