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배앓이 (영아산통) 소아과 대학병원 응급실 허탕친 방문후기

산후조리원 끝나고 집에 온 뒤 시작된 신생아 배앓이. 3~4일간 밤마다 그치지 않고 몇시간씩 자지러지게 울어대서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태열까지 올라서인지 얼굴에 신생아 여드름까지 활짝 피고.

어찌어찌 모유 물리면 먹다 잠들기는 하나 그것도 잠시, 곧 깨서는 또 집이 떠나갈 듯이 울어제낀다. 영아산통이 근본 해결방법이 없단걸 알지만, 배에 가스가 차서 다리를 웅크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다보다 안되겠다 싶어 밤중에 응급실을 가기로 했다.

배앓이 응급실

생애 첫 대학병원 응급실 소아과 방문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조리원 막 나왔을 때는 신생아를 데리고 밖을 나간다는게 쉽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옷 다 입히고 겉싸개 이불로 잘 싸고 모자도 씌우고, 분유병에 온수 보온병에 기저귀에 혹시모를 갈아입을 옷까지 바리바리 다 준비해서 출발

나도 생전 살면서 안가본 응급실을 신생아 배앓이 때문에 처음 가본다. 집근처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소아과가 따로 있다고 해서 갔다. 

아기 데리고 병원 가기도 꺼려지는데 하물며 응급실은 어떤가. 그 밤중에 아파서 온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에 아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것 같다. 괜히 진료보러 갔다가 다른 병이라도 옮으면 훨씬 심각해지니깐.

최근 사람 살리는 명의로 유명한 그 교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소아과가 따로 있다고 하니 아기를 데리고 가볼만하다 싶어서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개똥망같은 병원이 있나. 완전 쉣이었다.

신생아 배앓이 해결방법 6가지와 압타밀 >

하염없이 느린 ‘응급’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안요원 같은 사람이 어떻게 왔냐고 물어본다. 아기가 신생아인데 아파서 밤마다 그치지 않고 울고 어쩌고 저쩌고… 꼬치꼬치 물어보길래 자세히 설명을 했다. 설명이 다 끝나니 방문증이랑 마스크를 주더니 옆에 원무과에서 접수하라고 한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원무과 창구로 가니 예상대로 또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다. 아 ㅅㅂ… 아기는 아파서 자지러지고 급해 죽겠는데 주토피아에 플래쉬처럼 밍기적밍기적 거리며 하나하나 물어보고 앉았다.

처음 왔다고 무슨 정보 등록을 한참동안 하고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입장. 안에 들어가니 응급실 환자들 앉아있고 한켠에 소아과로 가는길이 따로 있다. 소아과 쪽은 환자가 거의 없었다.

카운터에서 간호사가 어떻게 왔냐고 또 물어본다. 이미 진이 빠져서 대충 애기 영아산통이라고 배아파서 왔다고 둘러댔다. 의사 만나면 또 물어볼거잖아 -_-

잠시 아니 꽤나 기다리고 호명이 되어서 들어갔다. 응급실 도착해서 진료실 들어오기까지 30분은 더 걸린거 같다. 이게 응급실 맞냐??

아무 도움이 안되는 의사같지 않은 의사들

당직은 젊은 남자의사였는데 다시 어떻게 왔는지 물어본다. 그래 여기가 끝이겠지. 의사는 진료와 처방을 해주어야 하니까 다시 자세히 설명했다.

조리원 끝나고 집에온 뒤로 밤마다 배아파하고 심하게 우는데 열은 없고 설사는 안해요. 가스찬것처럼 다리를 웅크리고 계속 힘을줘요 얼굴에 여드름같은거도 잔뜩 올라왔고요 배앓이같은데 방법이 없나요 블라블라

바리바리 싸놓은 애기포대기 배냇저고리 다 열어서 배에 청진기도 대보고 하더니 의사가 영아산통이 뭔지도 잘 모르는 눈치다. 다른 의사랑 의논해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한다. 이런병원은 또 처음이네.

옷 다 벗겨서 살 내놓고 청진기를 댔으니 애기는 또 자지러지게 울고 있지. 달래주려고 수유실 가서 모유좀 물리고 있는데 다시 부른다. 갔더니 옆방 진료실의 여자의사도 와서 같이 있었다. 애기를 직접 봐야한대서 다시 데리고 와서 또 옷을 다 벗겼다.

그렇게 뭘 보는지 모르겠는데 본다고 애 벗겨놓고 서서는 한참을 주절주절 쓸데없는 소리만 한다. 요점은 딱히 해줄 수 있는게 없단다. 열 안나고 배탈이 난건 아니니 처방할 것도 없고. 

하는말이 보호자께서 ‘굳이 원하시면’ 엑스레이 찍어서 봐드릴게요. 그게 대학병원 의사가 할 소리냐? ㅋㅋㅋㅋ 응급실 와도 뭐 어쩔도리가 없는데 마치 왜 병원에 데려왔냐는 식으로 나무라듯이 말하고 자빠져서, 됐다고 하고 애 옷 다시 입혀서 데리고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되는 과정과 의사의 등급에 대해서 찾아보고 알게된 계기이기도 하다. 한국에 산다면 이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도록 하자.

한것도 없이 그냥 가래서 나왔는데 7만원

소아과 의사라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신생아 기저귀 맬 줄도 모르고 만질줄도 모르고 쯧쯧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쉬는게 낫겠다 싶어 다시 나오는데, 아까 들어올 때 그 원무과에서 병원비 정산이 안됐으니 기다리란다.

그냥 계산하면 되지 뭘 정산하냐고 물었더니, 진료실에서 입력을 안해서 안넘어왔단다. 진료실에 환자도 하나도 없는데 안하고 뭐하고 있는건지. 계속 물어도 아직 안됐다고 기다리라고만 해서 짜증나서 다시 소아과 진료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뭐 눌러야 병원비 계산이 된다는데요 빨리 해주세요 하니까 그제서 겨나와가지고 컴퓨터에 입력한다. 하 ㅅㅂ… 아까 지가 그따위 태도로 해놓고 우리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가니 지딴에 또 배알 꼴렸나보다. 그렇다고 이렇게 꼬장을 부리고 있어? ㅋㅋㅋ

살다살다 이런 병원진료는 처음겪어본다. 근데 아직 안끝났다. 다시 원무과로 돌아오니 7만원이란다. 이것도 건강보험 적용하고 많이 빠져서 이정도 나온거. 아니 해줄것도 없다고 그냥 가라고 하더니 뭔 7만원을 받아요 하니까 원무과 플래쉬가 진료실에 전화를 건다.

한참 얘기하고 하는말이 응급진료가 안들어가서 비용이 많이 나왔단다. 응? 잘못들었나 해서 다시 물어봤는데 ‘응급진료 항목이 안들어가서 비용이 많이 나오세요’ 란다. 아니 응급한 진료를 안하고 그냥 가는데 왜 비용이 많이 나와요? 황당해서 따졌더니

다시 진료실에 전화를 건다. 자기도 좀 그랬는지 처방도 없는데 진료비 많이 나와서 응급항목 넣으실거 없냐고 의사인지 간호사인지한테 묻는다. 원래 그렇게 맘대로 넣어서 원하는대로 진료비 만들 수 있는거였어?

그러나 한참을 실랑이하더니 의사가 안넣어준다고 끝내 고집을 부렸나보다. 원무과 플래쉬가 뭔 힘이 있겠냐 괜히 나한테 풀죽은 표정으로 해명하고 있길래 됐다고 하고 그냥 내고 나왔다.

왠만하면 응급실은 응급해도 가지말자

신생아 배앓이 덕분에 방문한 생애 첫 응급실 후기는 이렇게 안좋은 기억을 깊이 남겼다. 지역정보에서 병원같지도 않은 쓰레기라는 댓글을 봤을때 의심했어야 했는데 ㅋㅋㅋ 왠만하면 밤에 대학병원 응급실가느니 그냥 기다렸다가 아침일찍 좋은 소아과 가는게 낫다.

응급실은 당장 과다출혈로 죽게 생겨서 말그대로 응급처치 필요할때나 가는거지 ‘진료’를 보기위해 가는 곳이 아님을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경험도 의욕도 없는 실습생같은 어린 당직의사가 (정식 의사 맞나?) 앉아서 시간만 축내고 있으니 하등 도움도 안된다. 

다음날 이름난 홍ㅁㅁ 소아과로 방문해서 신생아 배앓이 진료보고 해결…

뜬금없이 왠 ‘외쿸 거주’를 강조하는 사람이 실드치고 앉았길래 대답했던 내용

Christine 2019-05-07 07:37

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요…소아과 의사라고 아기 기저기를 채울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긴 처음 들어보네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기가 열두 없는 영아 배앓이로 응급실에 가지않습니다…

급하고 다급한 마음은 알겠는데요..아기가 건강상 문제가 있으면 열이 오릅니다..게다가 청진기로 기본적은 심장, 폐,그리고 대장( 대장이 막히면 청진기로 소리가 확인이 가능합니다)그 의사분은 기본적으로 할일을 다 하신것같은데요..제가 보기엔..

그 의사분이 보기엔 큰문제가 없어보이는데 어머님께 다급해 보이시니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를 원하냐구 말하신것같구..응급실까지 왔으니 혹시나 해서 다른 의사의 소견을 물어본것같은데 말이죠..말씀하신것같이 응급실에 진짜 응급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이 가는거랍니다…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응급실에 먼저 왔어도 급한 환자(심장관련, 1분1초가 극박한 환자들)가 나중에 왔더라도 그런분들이 우선 순위랍니다…물론 글쓴이 분이 말씀하신데로..한국사람들은 한국의 좋은 의료시스템을 너무 남용하는것같아 안타깝습니다….

(ㅋㅋㅋㅋ 그냥 지가 평소에 의료인이랍시고 한국인 종특 까내리고 있던 생각을 이참에 푼거같은데 이정도면 나도 참고 정중하게 답했다)

[답글]네 의견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글에 화가난 말투라서 일방적인 제 주장으로 오해하실까봐 조금 덧붙일게요.

무슨 소아과 의사가 기저귀도 못채우냐고 그부분만 지적한게 아닙니다. 아기 목받치고 들어야 하는걸 비롯해 아예 안만져본 사람처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몰라서 쩔쩔매고, 옷 활짝 풀어헤쳐놔서 애는 추워서 딸꾹질하면서 게워내고 있는데 옆에 방치해놓고 저한테 왜왔냐는 소리만 하고있으니 복장터지는줄 알았습니다.

산부인과나 일반 소아과에서는 다 할줄알고 신생아는 부모가 미숙하니까 오히려 알려주면서 챙겨주던데요. 뭐 저 응급실에 애기가 오는일은 없어서 경험이 없을 수도 있고, 의사가 청진기대고 진료만 하면되지 애기 다루는건 몰라도 되는건 맞습니다.

지금 와서 결론적으로 생각하면 배앓이는 뾰족한 수가 없고 응급실 갈 일이 아니라는건 압니다. 그럼 당시에 제가 집에서 배앓이로 진단하고 안갔어야 할까요? 고열은 없고 (애기라 37.2~3도 정도는 나왔고) 구토 설사는 없지만 변이 굉장한 쉰내가 나서 소화문제라는걸 알수있는정도?가 눈에 보이는 증상이었습니다.

단순 배앓이인지 아닌지는 진료를 해야 아는거죠. 큰일도 없는데 왜왔냐는 식의 태도는 다시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별문제없으니 이런이런 증상 없으면 오실필요없고 경과를 일단 보시죠 이게 아니라 말그대로 문제도 없는데 이런걸로 오시는거 아니에요 라는 식으로 쏘아대듯 말했습니다.

의사가 할일을 다한게 아니라 첫번째 의사는 뭔지도 몰랐고 얼굴에 여드름 잔뜩 올라온게 태열은 아닌거 같은데 모르겠다며 동료 호출한겁니다. 그렇게 온 동료가 왜왔냐는 식으로 말한거고요. 배앓이라고 진단도 안했습니다. 열 없어서 딱히 해줄게 없다 엑스레이라도 찍어드려요 라고 되물은거고요.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판단하느니만 못해보여서 됐다하고 나온겁니다. 할일을 하기는 커녕 자격도 의심스럽습니다.

동네 소아과 가니 뭐 잘못먹었을 가능성과 배앓이 두가지 생각하면서 자세하게 묻고 배에 가스찬거 진찰하고 소화제 미량 처방후 항문압박 간이관장 알려주더군요. 마지막으로 제가 응급환자 제끼고 우리애 봐주세요 하지 않았습니다 하라는 대로 주구장창 기다렸죠. 마음 다급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짅자 특별한 문제없는지 확인하러 간겁니다. 환자도 없는데 먼 절차만 많아서 허송세월하는 시스템을 꼬집은겁니다.

탈진할정도로 괴로워하고 울길래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간거지 좀 아프다고 오두방정떤건 아닌거같네요. “제가 말한대로” 한국 의료시스템을 남용요? 그런말 한적 없고 남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맥도날드 사건때도 골든타임 놓치고 실력이 의심되는 곳이더군요. 크게 다쳐도 저기는 ‘남용’ 안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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