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기간 태아 초음파 검사시에 발견되는 맥락총 낭종에 대해 알아본다. 정식 명칭은 맥락총낭종, Isolated Fetal CPC 라고 하는데 이게 발견되었을 때 에드워드 증후군 기형아 발생 확률이 있는지 논문을 찾아보았다.
마냥 즐겁고 행복할 줄만 알았던 임신 기간은, 때때로 산전검사 태아검사의 이상 소견으로 인해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맛보기도 한다. 초음파검사 후 산부인과 의사의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되는것이 엄마들이니.
그 중에서 우리처럼 “애기 머리에 물혹이 보여요” 라는 말을 듣고 놀랐을 부모들을 위해 맥락총 낭종에 대해 알아본 내용들을 정리해놓는다. 부디 쓸데없는 근심걱정으로 태아에게 오히려 악영향주지 않기를 바라며.
맥락총 낭종이란?
초음파 의사가 맥락총 낭종이 있어요 라고 하면,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에 무슨 희귀병이라도 걸렸다는건지 하늘이 노래지면서 일단 온몸에 힘이 쫙 빠질 것이다. 맥락총 낭종이라는 명칭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뭐라고요? 하고 두세번은 되물었을 것이고.
이해하기 쉽게 ‘물혹’이라고도 알려줬을텐데,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물혹을 찾아보면 물집 잡힌것처럼 부어오른 무서운 사진들이 막 나온다. 그런 물공같은 혹이 머리안에서 보였다는 것이다.
정식 의학 용어로는 맥락막 신경총 낭종 이라고 한다. choroid plexus cysts, 줄여서 CPC 라고 부른다.
낭종이 물혹이라는 뜻이고 뇌 안의 맥락막 신경총이라는 부분에 생겼다는 것이다. 맥락막 신경총은 뇌척수액을 분비하는 중추신경계의 특수기관이다.
임신중기 16~18주에 이 맥락총에서 뇌척수액이 대량 분비되는데, 이때 과잉생산된 뇌척수액이 미쳐 빠져나가지 못하고 맥락막총에 갇히면 물혹이 되는 것이다.
맥락막 신경총 낭종의 이미지는 위와 같다. 초음파 결과에서도 비슷한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음영같은게 있어서 여기가 물혹이에요 하는 부분.
맥락총 낭종의 위험성
그렇다면 맥락총 낭종이 보이는 소견이 있을 경우, 태아가 무조건 위험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왜 맥락총 낭종을 초음파검사로 체크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태아 기형아 검사중 하나인 에드워드 증후군에 해당되는 경우 30~50% 확률로 맥락총 낭종이 관찰된다. 이게 자칫 맥락총 낭종이 있으면 에드워드 증후군인가? 라고 오해하게 되는 부분이다.
에드워드 증후군이 있는 경우에 맥락막 신경총 낭종이 높은 확률로 관찰되었다는 것이지, 맥락총 낭종이 관찰된 태아가 높은 확률로 에드워드 증후군에 걸렸다는게 아니다. 맥락총 낭종은 1%전후의 태아에게서 관찰되며 그 중 95%가 한두달 지나서 초음파 재검사할 때 사라진다.
즉, 없어지지 않는 맥락총 낭종은 전체의 1/2000 확률밖에 안된다. (아래에서 말하겠지만 안없어져도 괜찮) 에드워드 증후군의 발생율이 1/3000~8000 임을 감안하면 서로 별개의 이벤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맥락총 낭종을 가지고 에드워드 증후군을 의심하는게 근거없다는 소리다.
Isolated CPC와 에드워드 증후군 관계
앞서 맥락총낭종, 물혹을 CPC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 중 초음파검사로 심장이나 다른 신체기형이 확인되지 않고 다 정상인 경우. 즉 물혹만 관찰된 경우를 Isolated CPC 라고 부른다. 이 경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자세히 분석한 메타 논문이 있다.
1994년부터 최근까지의 9건의 연구를 정리한 메타 논문(원문 PDF)의 표이다. 전체 임산부 중에서 CPC가 발견된 확률과 그 중 초음파검사 다른 신체기형이 없는 단독 맥락총낭종, Isolated CPC가 발견된 확률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Isolated CPC 중에서 실제 태아 문제가 생겼는지가 나와있다.
보면 1994~1999년의 연구논문들에서는 Isolated CPC 태아중 기형아가 발생한 것으로 되어있다. T18이 Trisomy 18 에드워드 증후군이고 T21이 Trisomy 21 다운증후군이다. 발견된 사례가 있어서 이 연구에서는 Isolated CPC를 포함해 모든 CPC에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진행된 대량의 연구논문 분석들에 따르면 단 한건도 Isolated CPC에서 기형아로 검출된 결과가 없다. 왜일까? 상식적으로 이전의 연구가 방법과 기술면에서 미흡했다고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각 논문에서 기형아검사를 할 때 트리플검사 쿼드검사로 기형아 고위험군이 되었지만 최종 혈청검사로 정상판정된 경우들이 있다. 즉 검사 자체도 정확도가 100%가 아니다.
100명을 조사하던 100000명을 조사하던 최종적으로 Isolated CPC에서 태아기형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발생율 자체는 CPC가 1~2%정도로 나타나고 그 중 10~20%를 제외한 나머지는 Isolated CPC에 해당한다. (이 자체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유용한 수치이다.)
그래서 이 논문의 결론은, Isolated CPC는 에드워드 증후군 발생과 관련있다고 볼 수 없으며 임상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CPC 보인다고 다 양수검사 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양수검사 필요? 정밀초음파가 우선
만약 맥락총 낭종이 있는데 초음파 검사결과 심장이나 손발같은 다른 신체적 기형이 같이 관찰되었을 경우에는 에드워드 증후군의 확률이 37.4%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맥락총 낭종이 있고없고가 아니라 에드워드 증후군이 맞는지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증후군은 18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기형질환인데 거의 대부분 심장결함이나 손발의 구조적 기형을 동반한다. 따라서 초음파로 태아 몸상태가 정상인지를 정밀 검사하는게 우선이다.
맥락총 낭종이 관찰되었다고 다짜고짜 양수검사를 하자고 하는 의사를 만났다면 나는 아마 바로 병원을 바꿔버렸을 것이다. 양수검사의 유산확률이 1/300인데, 기형아 확률이 제로인 Isolated CPC에 양수검사를 행한다는 것 자체가 태아 죽을 확률을 높이는 넌센스 아닌가?
마지막으로 맥락총 낭종이 발견되었을 경우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 순서도로 정리해본다.
- 1) CPC가 발견되었다 → 정밀 초음파 검사로 심장과 손발 및 각 장기들이 문제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실제로 기형이 있는데 여기서 못보고 놓치면 노답이다…)
- 2) 초음파 검사결과 다른 문제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라 진단한다.
- 3) 다른 문제가 없으면 Isolated CPC이고 산모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 4) 35세 미만이고 피뽑아서 한 기형아검사 정상범위면 문제없음 끝.
- 5) 35세 이상이거나 기형아검사 고위험군이면 양수검사나 NIPT를 고려. 여기서 나이는 만나이이다. 미국자료이니.
사실 노산 산모면 바로 고위험군 분류되고, 기형아검사 피검사로 고위험군 나오면 그 자체로도 고려하는거라 굳이 CPC랑 상관도 없는 것이다.
찾아본 논문들에서 물혹이 발견되었거나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 나중에 태어난 이후 뇌나 신경발달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 역시 없었다. 초음파검사 문제없고 물혹만 보인거면 안심하고 그냥 잊으면 된다.
정리하다보니 드는 생각이… Isolated CPC에서 기형아로 밝혀진 사례가 1건도 없으니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100% 안심을 해도 된다는 거 아닌가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