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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 증상이 아닌 지인기피증? 결혼식 피곤해

사람 대하는 자체를 꺼리는 대인기피증은 아닌데, 모임 나가거나 사회 활동 하는게 귀찮은 이른바 지인기피증이 있다. 회사나 학교같은데서 필요한 사회 활동은 하는데, 말 그대로 주변 지인과의 관계 형성이 귀찮은 것이다.

가만 보면 나같은 사람을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귀차니즘에 뼛속까지 물들어서 누구 만나러 나댕기는 것조차 가급적 안하는 스타일. 허구헌 날 집구석에서 게임만 하면서 살다보니 이런 성향이 된 것인지, 이런 성향이라 방구석에서 혼자 노는 걸 좋아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도 유아기 불안정애착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흠… 확실히 대인기피증이나 사회공포증 같은 증상과는 거리가 있다.

대인기피증 주요 증상

  •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가슴이 심하게 뜀
  • 신체와 목소리가 덜덜덜 많이 떨린다.
  • 입이 바싹 마르고 몸과 얼굴이 굳어진다.
  • 말하다가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떨리는 발성이 된다.
  • 열기나 한기를 느끼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새로운 모임이나 동호회 같은 곳에 나가는 것은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 설렘으로 짜릿한데, 아는 사람들과 술자리나 경조사를 챙겨다니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명절 때 친척들 모이는 곳에 간다던지 그런 것도 그렇고… 그래서 이 증상을 지인기피증 이라고 내맘대로 이름을 붙여보았다. 

오히려 이런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마당발에 어장관리(이성이 아니라 지인에 대한)에 많은 공을 들이는 사람들. 늘 끊이지 않는 술 약속에 바쁜 그들은 존재감이 빼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결혼식에 가보면 역대급으로 많은 하객이 참석하고 심지어 축의금 내려고 줄까지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결혼식은 부모가 하는 거긴 하지만 그 부모도 그런 넓은 인맥을 가진 분이니 그또한 유전)

예전에는 그런게 부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사람 성격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솔직하게 인정을 하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게 낫다.

결혼식이 피곤한 지인기피증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어제도 정말 나가기 싫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결혼식 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친구 놈에게 술을 얻어먹어서 안갈 수도 없는… 이래서 결혼 전에 한턱 들 쏘면서 참석을 종용하는거지.

아 피곤하다 그런 것도. 걍 대충 올만한 사람만 데리고 하면 어때서, 아니 애초에 결혼식이라는 것 자체가 로맨틱하지도 않고 보여주기 식이기만 하니 왜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구두를 꺼내 신고 (이럴 때만 일 년에 몇 번 신으려나) 벨트도 안하던 거 차고. 아 그런데 그동안 살이 빠져서 그런지 가장 조여매도 헐렁하다. 심지어 정장은 동생이 헤비급일 때 맞춘거라 바지가 흘러내려서 하루 종일 계속 붙잡고 다녔다. 사무직으로 정장 출근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매일같이 이 답답한 옷을 입고 다니지.

노타이에 다리지도 않은 옷 대충 걸치고 나갔지만 그래도 지나가다가 눈이 마주치는 여자들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 이성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때나 생각했었던 건데, 남자도 잘 차려입었을 때랑 그냥 동네 아저씨같이 후줄근할 때랑 시선을 받는 것이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남자가 늘씬한 여자 지나갈때 시선을 빼앗겨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여자들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힐끔거리듯이 살짝 쳐다보는 것 같다. 사실은 ‘저새끼 날도 더운데 정장 쳐입고 나왔네’ 라고 생각해서 쳐다본 것일수도 있다.

예전에는 서울에 올라오면 북쪽이라 보통은 좀 더 시원하곤 했는데, 요즘 여름은 그런 거 없다. 서울의 여름은 더운게 아니라 끈적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래서 짜증이 솟구친다. 이마엔 개기름이 솔솔 나오고 등짝엔 끈덕지게 땀으로 들러붙고…

결혼식은 축의금 10만원 내고선 밥도 안 먹고 돌아왔다. 결혼식 뷔페가 쓰레기라는걸 많이 봐서 앞으로도 딱히 안먹을 생각이다. 정말 오랫만에 본 대학 친구들도 반갑긴 했는데… 그냥 그것 뿐. 지인기피증 입장에서는 다 무미건조하고 고역일 뿐이다.

그렇다고 언제 또 술 한잔 하자 이런 것도 아니고 경조사 때나 보는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들. 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만나며 산다는 거. 진정성 없는 가식 사교만 넘치는 거 같아서 계속 적응이 안된다.

암튼, 간만에 구두신고 성큼걸이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흘러내리는 바지 붙잡고 다니느라 불편했던 정장차림의 하루였다. 

나같이 귀차니즘에 의한 지인기피증 증상인 사람들 어디 또 없으려나.

대인기피증 아닌 지인기피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