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서 나는 냄새는 단순히 땀 자체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는 피부에 서식하는 특정 세균이 우리 몸의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분해하면서 불쾌한 악취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의 결과다.
몸에서 나는 냄새의 숨겨진 진실
우리 몸의 땀샘은 두 종류로 나뉜다.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에크린샘은 무색무취의 땀을 분비한다. 하지만 겨드랑이, 사타구니, 유두 주변 등에 집중 분포한 아포크린샘은 다르다. 이 땀샘에서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무균성, 무취성 분비액이 나온다. 그런데 왜 냄새가 날까?
비밀은 바로 세균에 있었다. 피부에 상주하는 세균의 작용으로 분비액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특징적인 냄새가 발생한다. 즉, 냄새의 주범은 땀 자체가 아니라 세균이 만들어내는 분해산물이다.
냄새 만드는 진짜 범인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찾던 냄새의 정확한 원인이 최근 밝혀졌다. 영국 요크대학의 개빈 토머스(Gavin Thomas) 교수 연구팀이 겨드랑이에 서식하는 세균 내에서 악취를 만드는 효소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 결과 악취를 풍기는 세균인 스타파일로코쿠스 호미니스(Staphylococcus hominis)가 포함돼 있고, 그 안에 냄새의 원인이 되는 ‘BO 효소(BO enzyme)’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 냄새 생성 메커니즘
무취 화합물 분비
호미니스 세균이 흡수
화합물 분해
악취 물질 생성
겨드랑이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출되는 ‘Cys-Gly-3M3SH’이라 불리는 냄새가 없는 화합물을 흡수하며 강력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가스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특이한 점은 모든 사람에게 이 세균이 동일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피부 상재균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냄새의 종류와 강도가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사타구니 냄새도 같은 원리일까?
사타구니 역시 겨드랑이와 마찬가지로 아포크린샘이 집중 분포한 부위다.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비롯하여 여성의 경우 유두엔 통상의 땀샘인 에크린 샘 외에 아포크린샘(대한선)이라 불리는 특수한 땀샘이 분포한다.
사타구니의 냄새 발생 원리는 겨드랑이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사타구니는 더 폐쇄된 환경이라는 특징이 있다.
▲ 온도와 습도가 높아 세균 번식에 더 유리한 환경 ▲ 의복에 의한 마찰과 통풍 부족으로 세균 활동 증가 ▲ 생식기 주변의 추가적인 분비물과 혼합되어 복합적인 냄새 생성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부위에서 유독 심한 냄새를 호소한다. 이는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타구니 습진은 사타구니와 생식기 주변부 가려움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각질이 일어나고 진물이 나면서 냄새가 나는 질환을 말한다.
| 정상적인 냄새 | 문제가 되는 냄새 |
|---|---|
| 일시적, 샤워 후 사라짐 | 지속적, 세척 후에도 남음 |
| 가벼운 체취 정도 | 강한 악취, 타인도 인지 |
| 활동량과 비례 | 활동과 무관하게 발생 |
| 위생관리로 해결 | 의학적 치료 필요 |
자기 냄새를 잘 못 맡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상이 있다.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후각 시스템의 특별한 적응 메커니즘 때문이다.
후각은 반대로 지속적인 자극에 적응(adaptation)이 되면서 옅어지고 없어진다. 이를 ‘후각 적응’ 또는 ‘후각 피로’라고 부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본능적으로 주변의 일반적인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을 줄임으로써 일상에서 벗어나 생존에 필요한 무언가를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즉, 위험한 냄새나 새로운 냄새를 감지하기 위해 익숙한 자신의 냄새는 차단하는 것이다.
사람의 후각은 쉽게 지치고, 자신의 냄새에 대해서 금방 익숙해집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 자신에게 나는 냄새를 맡지만,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후각 적응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 선택적 적응: 자신의 냄새에만 적응되고 다른 냄새는 여전히 감지 가능
- 일시적 회복: 잠시 다른 환경에 있다가 돌아오면 다시 냄새를 느낄 수 있음
- 개인차 존재: 후각의 민감도에 따라 적응 속도가 다름
- 보호 기능: 과도한 냄새 자극으로부터 후각 시스템을 보호
이런 이유로 액취증 진단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중요하다. 향이 없는 휴지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운 후 5분 후 냄새를 맡았을 때 역겨운 냄새가 난다면 액취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실제로 후각 적응은 진화적으로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만약 이 기능이 없다면 우리는 항상 자신의 체취에 압도되어 다른 중요한 냄새 – 음식이 타는 냄새, 가스 누출, 썩은 음식 등을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최신 연구가 가져올 변화
요크대학 연구팀의 발견은 단순히 학술적 호기심을 넘어선다. 새로운 냄새제거제(deodorants), 땀 배출억제제(antiperspirants) 등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유닐레버와 함께 더 효과적인 냄새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냄새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내 냄새를 잘 못 맡는 것도 우리 몸의 정교한 보호 시스템 덕분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이런 고민들이 더 근본적으로 해결될 날이 머지않았다.